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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북 비닐하우스 쑥대밭

Posted December. 14, 20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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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우리를 버린 것이지요.

13일 오전 전남 함평군 나산면 우치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딸기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10여 개 동이 눈 폭탄을 맞아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그나마 온전한 10여 개 동도 언제 무너질지 몰라 비닐하우스 중간 중간에 버팀목을 세워 놓았다. 하우스 단지 중간 부분은 더 처참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쇠파이프만 앙상히 남아 있고 찢어진 비닐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부서진 비닐하우스 사이로 어린 꽃대와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한 딸기가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이 지역엔 4, 5일 30cm가 넘는 폭설에 이어 12일 또다시 10cm가 내렸다.

농민 박장수(53) 씨는 딸기는 1년에 한 차례밖에 수확을 못하는데 이번 눈으로 2000만 원이 넘는 손해를 보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에서 3km 정도 떨어진 나산면 심평마을에서도 주민들이 거의 주저앉다시피 한 비닐하우스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었다.

이 마을 김상권(67) 씨는 딸기를 재배하는 마을 전체 비닐하우스 20개 동 가운데 13개 동이 무너져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며 파손된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새로 지으려고 해도 쇠파이프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현재 전남지역 폭설 피해액은 1356억2200만 원. 전남도는 복구율이 75%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 내내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복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북지역도 주민들이 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전북 정읍시 감곡면 동곡마을에서 시설 채소를 키우는 조병철(57) 씨는 무와 대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25개 동 가운데 22개 동이 무너지면서 내년 1월 말 출하 예정이던 겨울무가 대부분 얼어 내다버렸다.

조 씨는 무 출하가 끝나면 2월부터 수박 농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비닐하우스를 새로 설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내년 봄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동네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북지역은 이날 정읍지역 40개 초등학교 등 60개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고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지역은 2차례 폭설로 비닐하우스 5094개 동과 인삼재배시설 382ha, 축사 54개 동 등이 무너져 400여 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으나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승호 김광오 shjung@donga.com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