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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가) 세상엔 이런 직업도 직접 보면서 고른다

(월드가) 세상엔 이런 직업도 직접 보면서 고른다

Posted December. 09, 200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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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한 가지. 요즘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미국 TV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에 등장하는 시체는 실리콘 모형을 쓴다. 특수 실리콘으로 만든 몸통에 배우의 얼굴 모형을 떠서 붙이는 방식이 실제 배우가 드러누워 있는 것보다 훨씬 시체답다는 것이 특수분장 전문가 칼튼 콜맨 씨의 설명이다.

7일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전문교육기관 엑스포(WPEE)에서는 요즘 각광받는 신종 직업에 대한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들을 수 있다. 관람객에게 특수분장을 해주느라고 바쁜 콜맨 씨의 입에서도 할리우드 분장술에 대한 직업 비밀이 술술 쏟아졌다.

콜맨 씨는 지난해 미용 직업학교인 로스앤젤레스 시네마 분장학교에서 6개월 과정의 특수분장 교육을 받은 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15년 동안 일반 직장인으로 살다가 특수분장가로 진로를 바꾼 그는 분장학교 졸업생 7명 중 5명은 곧바로 영화제작사에 취직했을 정도로 미래가 밝은 분야라며 아시아계 학생들은 손재주가 좋아서 특히 취업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의 명성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학교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기란 쉽지 않다. 주변 평판만 믿고 수강신청을 했다가 돈과 시간을 허비하며 낭패를 본 경우도 종종 찾을 수 있다.

WPEE는 한국보다 직업교육이 훨씬 발달한 유럽 미국 중국 호주 등지의 50여개 전문교육 기관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소개하는 행사. 실기 수업 내용과 졸업 후 작업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디자인, 애니메이션, 미용에서부터 미술품 복원, 보석세공, 애완동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직업학교들이 참가했다. 올해가 첫 번째라 실기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학교도 꽤 눈에 띄지만 입학 팸플릿을 나눠주는 데 치중하는 기존 유학박람회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부스별로 시연 행사가 진행된다. 그와 별도로 중앙 무대에서는 참가학교들이 시간대별로 출연해 실기 시범을 보여줬다. 7일 오후에는 금방 도착했다는 중국 쑹장()무술학교 수련생들이 피곤함도 잊은 채 붉은 색 도복을 입고 우슈 시범에 나섰다.

유럽의 직업학교들은 호텔경영, 요리, 스포츠 등 관광레저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스위스 DCT호텔경영학교의 루스 노텔 조리사는 관람객을 테이블로 초청한 뒤 디저트의 일종인 플람베를 즉석에서 만들어 서빙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 학교의 샤론 스팔텐슈타인 입학처장은 재학생 160명 중 아시아 학생은 30명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립 제빵학교(INBP) 부스에 들른 관람객들은 프랑스 현지 파티시에(제빵 기술자)인 세바스티앙 오데 씨가 만든 마카롱 과자를 직접 시식했다. 오데 씨는 한국에서 요즘 TV 드라마 때문에 파티시에 열풍이 불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프랑스에서는 30, 40대 직장인들이 진로를 바꿔 제빵교육을 받고 파티시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일프로비젼의 박일경 대표는 스페인 발렌시아 호텔관광학교, 중국 충칭 관광학교, 다롄 의과대학 등 일부 참가학교는 일정 조건의 자격을 갖춘 지원자에게는 현장 면접을 거쳐 한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