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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파견 공무원 많다

Posted November. 26, 20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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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나가 있으면 감사를 제대로 받나요, 국회가 열린다고 신경 쓸 일이 있나요. 별일 없으면 오후 6시 칼퇴근이죠. 그러니까 눈치 보면서도 내심 서로 나가려고 하는 거죠.

경제부처의 김 모 국장은 지난해 여러 부처 인력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 파견 나갔다가 최근 복귀했다. 김 국장은 1년간 아침에는 헬스클럽에 다니고 주말에는 가족과 나들이를 다니며 공무원이 된 뒤 가장 여유 있는 생활을 즐겼다고 실토했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나 태스크포스, 지방자치단체, 산하단체 등에 파견 나간 별도 정원 공무원들을 관가()에서는 인공위성이라고 부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각 부처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파견한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거나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봉급만 받는 공무원도 적지 않아 공직사회의 대표적 비()효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위원회 급증 인공위성 더 늘었다

지난해 한 위원회에 파견 갔다 돌아온 건설교통부 A 씨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위원회가 많이 생겨서 합법적으로 밖으로 나갈 일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는 대부분 담당부처가 하고 위원회는 보고된 업무를 종합하는 정도라면서 원래 부처에 있을 때에 비해 업무 강도는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43개 정부 부처에서 별도 정원으로 파견 나가 있는 공무원은 868명. 1999년 말 467명과 비교해 85.9% 늘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것이 인공위성 공무원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청와대 산하 12개, 국무총리실 산하 12개, 각 부처 산하 36개 등 중앙 부처에서 운영되는 위원회만 60개에 이른다. 위원회마다 인공위성들이 파견돼 있다.

특히 본부 보직이 부족한 13급 고위직 공무원의 자리를 외부에서 챙기려는 각 부처의 이해와 맞아떨어져 인공위성 공무원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부처의 인사 담당자는 초임 국장이나 1급 공무원은 보직이 부족해 원칙적으로 외부에 파견 보낸다면서 당장 일을 해야 할 서기관(4급)이나 사무관(5급)은 우리도 사람이 부족해 외부에서 달라고 해도 못 준다라고 말했다.

위원회 급증에 대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개별 부처 단위로는 새로운 국가 어젠다를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어 위원회를 만들어 일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직 비대화와 효율성 저하 우려

행정 전문가들은 직업공무원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별도정원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위직에 몰려 있는 과잉 인력을 그대로 놔둔 채 공무원을 계속 늘리면 공직사회의 조직만 비대해지고 효율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별도의 위원회나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보다 정규 조직을 통해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며 파견이 꼭 필요하다면 제대로 일할 사람을 적재적소에 보내 적게 일하고 버티는 공무원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도 파견자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2007년까지 전체 인공위성 인력 868명의 27.1%인 236명을 복귀시키거나 정규 정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산하 연구기관 등에 보낸 인력,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파견 등을 집중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관련 사업이 끝났거나 업무량이 줄어든 위원회 파견자들은 그때그때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공위성들이 잇달아 복귀하게 되자 각 부처에서는 인사난()도 우려하고 있다.

한 중앙부처 인사 담당자는 지금도 보직을 받지 못하고 대기발령 상태인 국장급이 줄을 섰는데 외부로 파견 갔던 국장급이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당분간 승진을 늦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