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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하늘초경량기로 지구 한바퀴

Posted November. 08, 200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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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올해 2월 박영석 씨가 이끄는 북극점 원정대 대원으로 캐나다 최북단 이누이트(에스키모) 마을인 레졸루트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국 화이바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적힌 썰매를 발견했다. 영하 4050도의 혹한에 얼마나 반가웠던 지 감격의 눈물이 흘러 볼에 얼음이 매달릴 지경이었다.

이 썰매는 10년 전인 1995년 허영호(51드림앤어드벤처 대표)씨가 북극횡단에 성공할 때 사용했던 장비로 이누이트들이 아직도 쓰고 있던 것이었다.

허영호 씨는 높은 산을 오르는 수직 탐험과 혹한의 북극해와 남극대륙에 도전하는 수평 탐험을 결합시킨 최초의 한국 탐험가다.

1982년 첫 해외원정인 마칼루(해발 8463m) 원정에서 정상에 선 허영호는 이듬해 마나슬루(8156m)를 무산소로 등정, 1987년 12월22일 세계 등반사상 3번째로 겨울철에 에베레스트(8850m) 등정에 성공하며 세계적 산악인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듬해인 1988년 돌연 북극 탐험의 전초기지인 레졸루트를 방문한다. 모든 것이 새로운 체험을 하고 싶었다는 게 그가 극지탐험에 나선 이유. 시행착오도 많았다. 사전 답사를 2번이나 했지만 그는 1990년과 1991년 두 차례 북극점에 도전해서 모두 실패. 1994년 대상지를 남극으로 바꿔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뒤 허씨는 1995년 드디어 북극점을 밟는데 성공해 세계에서 3번째로 지구 3극점(에베레스트+남, 북극점) 도달 기록을 세웠다.

이 해 12월엔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에 올라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7대륙 최고봉과 지구 3극점을 동시에 달성하는 세계 탐험계의 의미 있는 기록인 이른바 어드벤처 그랜드슬램을 세계 최초로 달성한 것.

허씨는 최근 이틀에 한 번꼴로 요청이 들어오는 각종 강의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는 아직 현역입니다, 올해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다녀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초경량비행기(ULM)으로 세계 일주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전 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