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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뼈가 드러난다

Posted November. 05,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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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감염 현장=기자가 3일 강원도산림개발연구원 김종원(58) 임업연구실장 및 장석준(33) 예찰담당 직원과 함께 지난달 19일 감염이 확인된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를 찾았을 때 이 일대 산림 2ha(6000평)는 사라지고 없었다.

해발 100m의 이 야산은 7080년 된 소나무 1386그루를 모두 베어내면서 민둥산으로 변했다. 산비탈에는 1m 크기로 일정하게 잘라낸 원목과 누렇게 죽은 솔가지가 뒹굴고 있었다.

김 실장은 소나무재선충 발생지점에 쌓여 있던 고사목을 살펴본 뒤 바짝 마른 형태로 보아 재선충이 나무의 수분 이동통로를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의 이동거리가 1년에 23km이고 바람에 실려도 최대 35km를 넘지 못하는 점으로 강릉 소나무의 감염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릉의 소나무재선충 감염 지역은 울창한 대관령 소나무림과 직선거리로 불과 10km 떨어진 지점. 백두대간 중심부와도 15km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방제작업을 철저히 하지 않아 소나무재선충이 확산될 경우 강원 지역 소나무가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고 김 실장은 걱정했다.

장 씨는 해발 800m 지점에서는 매개충이 발견되지 않고 기온이 낮은 곳에서는 솔수염하늘소의 활동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한 가닥 기대를 갖는다며 일본도 북쪽보다 남쪽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강원 지역에는 솔수염하늘소 말고도 깨다시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이 곤충들의 매개 상황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재선충이 살지 못하도록 줄기를 잘게 부순다. 잔가지는 모두 태우고 뿌리는 고온에서 훈증처리한 뒤 비닐을 덮어 묻는다.

강원은 전체 면적의 81%인 137만1000ha가 산림이고 이 중 25만5000ha가 소나무림. 그러나 1968년 춘천시 서면 안보리에서 발생한 솔잎혹파리와 2000년대 들어 잇따라 발생된 대형 산불로 수만 ha의 소나무가 피해를 봤다.

김 실장은 고사목이 발견돼야만 겨우 감염 여부를 알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감염 예상 지역에서 직원들이 부지런히 감시활동을 하지만 산림 면적이 방대해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두대간 비상=새로 감염이 확인된 동해시 삼화동 일대는 소나무가 30%가량 차지하는 자연림 지역으로 소나무의 수령이 80300년으로 목재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조경가치가 높다.

성산면 금산리와는 50km가량 떨어진 곳으로, 백두대간 고적대와 두타산 정상과 직선거리로 각각 1km와 2km 거리에 불과해 백두대간마저 위험한 상황.

산림청은 피해지역 일대 0.2ha 내 소나무를 모두 잘라내 소각했고, 삼화동 일대 9033ha를 소나무 반출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이 지역의 사찰이 지난해 말 요사채 중축공사를 벌일 때 사용한 소나무 목재에 있던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감염되지 않았나 보고 목재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올해 6월에는 경북 안동까지 북상했다.현재까지 51개 시군구의 산림 5111ha로 확산됐다. 강원도는 282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한 결과 검사가 끝난 109곳은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창순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