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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에게 좌절은 없다

Posted October. 04, 20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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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소년은 바닷가에서 뛰놀며 원대한 꿈을 키웠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 오히려 시련 끝에 찾아오는 기쁨을 즐기는 지혜라도 터득한 듯하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한국 골프의 간판스타로 우뚝 선 최경주(35나이키골프).

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 포리스트오크스GC(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크라이슬러클래식(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그는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정상의 감격을 누릴 때까지 그에게 올 한 해는 험난하기만 했다.

새롭게 바꾼 스윙 적응에 애를 먹으며 부진에 빠졌고 올해 초 계약한 나이키의 클럽도 낯설기만 했다.

지난달 말까지 21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톱10에 든 적은 두 차례에 불과했고 최근 출전한 8개 대회에선 모두 40위 밖으로 밀려났다. 상금랭킹은 87위까지 떨어졌다. 주위에선 그의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최경주는 달랐다. 5월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을 때 만난 그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연말이면 좋은 소식 전해 드릴 겁니다라고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묵묵히 훈련에 매달리며 샷의 정확도를 끌어올린 끝에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최경주의 이번 우승은 운동선수에게 가장 무서운 적으로 꼽히는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값진 의미를 지닌다. 지난주 PGA투어 텍사스오픈에서 우승한 로버트 가메즈(미국)는 1990년 2승을 거둔 뒤 무려 15년을 허송세월하다 힘들게 통산 3승을 이뤘다.

2002년 2승 달성 이후 3년 만에 3승을 달성한 최경주는 이제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최강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번 대회에서 통산 4승을 노리던 일본의 자존심 마루야마 시게키를 2위로 밀어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세계 랭킹도 47위에서 30위까지로 끌어올려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아졌다.

최경주는 이번에 자신의 생애 최고인 90만 달러(약 9억 원)나 되는 우승 상금을 벌어 시즌 171만1937달러(상금 순위 33위)를 기록했다. 이 액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올해 7승을 거둔 상금 1위(195만7200달러)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비슷한 수준. 올해 LPGA투어 5승을 합작한 코리안 낭자군과 달리 PGA투어를 개척하고 있는 최경주는 미국 무대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의 길을 넓혀 주기 위해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