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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공방에 둘러싸인 맥아더 동상

Posted September. 12, 20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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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55주년 기념일(15일)을 나흘 앞둔 1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대규모 찬반집회를 열었다.

양측 간에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갔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보수단체는 15일 자유공원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하는 국가안보 및 맥아더장군동상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진보단체도 철거요구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민중연대(상임대표 정광훈)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회원 4000여 명은 11일 오후 1시경 인천 남구 숭의경기장에 모여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까지 2.9km 구간을 행진하며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은 오후 4시경 공원 내 비둘기광장에 모여 미국 강점 60년 청산 및 주한미군 철수 국민대회를 가졌다.

맥아더를 학살자 등으로 묘사한 노래 맥아더를 최근 공개해 논란을 빚은 박성환(34) 씨가 이 노래를 부르고 동상에 철거 계고장을 붙이려 했으나 경찰이 막아 무산됐다.

민중연대 정 대표는 광복 이후 미군 강점의 역사가 시작된 인천에서 새로운 한미관계 정립을 위해 대회를 열었다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제국주의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고, 미군도 이 땅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인 인천지구 황해도민회(회장 유청영)와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등 회원 1000여 명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자유공원에서 300여 m 떨어진 인성여고에서 맥아더동상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황해도민회 유 회장은 맥아더 동상은 북한의 한반도 적화 야욕을 물리친 인천상륙작전을 기억하기 위해 인천시민의 성금으로 세웠다며 해병대전우회 전국 16개 지역연합회 등이 연말까지 번갈아가며 동상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단체 회원들이 공원 인근 홍예문 길목을 통과할 때 보수단체 회원들이 빨갱이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계란, 돌멩이 등을 던지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경찰이 38개 중대 4000여 명을 투입해 양측을 갈라놓아 더는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지 않았다. 양측 단체 회원은 오후 6시경 모두 해산했다.

맥아더 동상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80일 만에 단행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전세를 역전시킨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1957년 건립됐다.



황금천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