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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태기산 동막골 둘러보시래요

Posted September. 02, 20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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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곰배령을 빼어 닮은 들꽃천지 잿말랑골

하릴없이 산 지도를 펼쳐 놓고 등고선 되짚다가 찾아낸 태기산의 이름없는 골짜기. 찾아가 보니 둔내와 장평을 잇는 국도 6호선의 태기산 양구두미재 밑이다. 40분만 오르면 정상 아래로 난 산악도로이고 그곳에서 계단으로 10분만 오르면 정상(군부대) 밑이다. 답사 간 김에 내처 이름까지 붙이니, 이름하여 잿말랑골이다. 말랑은 강원도 말로 고갯마루다.

풀숲 헤치고 들어선 골 안. 땡볕이 힘을 쓰지 못한다. 짙은 숲 그늘과 차가운 시냇물 덕분이다. 풀잎 나뭇잎은 생기가 넘치고 공기 역시 청징하기 이를 데 없다. 오전 9시가 넘었건만 거미줄에 맺힌 아침 이슬이 아직 영롱하다.

시냇물이 따르는 좁은 나무꾼 길. 그 길가 풀숲은 만발한 들꽃으로 화려하다. 맨 먼저 인사를 건네는 꽃은 물봉선이다. 나팔 모양 꽃 통이 앙증스럽기만 하다. 무리 지은 물양지꽃 틈틈이 노란 마타리와 짚신나물이 보인다.

이윽고 오른 산악도로. 길옆으로 난 계단을 올려다보니 정상의 군부대다. 계단 옆으로 들꽃이 보인다. 그 꽃에 끌려 한 계단 두 계단 오른다. 부채처럼 펼친 꽃잎으로 제 몸을 감싼 애기앉은부채가 앵하고 토라진 자세로 길을 등지고 있다.

드디어 정상의 능선. 멀리 청태산까지 조망되는 산악의 풍광이 자못 장대하다. 발아래 풀밭에는 달맞이꽃, 참취, 물양지꽃, 배초향, 산꼬리풀이 두서없이 피어 있다. 그 속에서 군계일학으로 삐쭉 깃대처럼 솟은 것은 참당귀다.

군부대를 우회해 산등성이로 하산하면서 옹장골(혹은 웅장골)로 들어선다. 여기도 들꽃 천지다. 사람 다닌 흔적 없어 카펫처럼 푹신거리는 산길. 역시 숲 그늘 아래여서 무더위를 느끼지 못한다. 중턱쯤 만나는 샘물에서 탁족의 호사도 즐긴다. 이 물, 옹장골로 흘러내려 주천강을 이루고 다시 평창강과 만나 서강이 되어 동강과 더불어 남한강을 이룬다.

메밀꽃 필 무렵에 찾는 봉평과 대화

횡성(둔내면)과 평창(봉평면), 홍천(서석면) 3개 군에 걸친 태기산. 그러나 휘닉스파크가 내려다뵈는 안흥동으로 하산하면 봉평 땅을 밟게 된다. 봉평 하면 떠오르는 이효석. 안흥동에서 국도 6호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생가가 길 왼편에 보인다.

생가 터의 메밀밭은 효석문화제(211일) 즈음에 꽃이 만개해 하얗게 대지를 덮는다. 이 길로 장평 시외버스터미널(장평 1리)로 가서 장평 막국수로 허기를 달랜다. 돼지 편육에 소주 한잔, 그리고 얼큰하고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예서 평창 가는 길(국도 31호선). 대화까지 80리 길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다. 대화 장을 파하고 봉평 장을 향하던 허생원과 동이가 밤길에 걷던,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달빛 아래서 빛나던 그 길이다.

태기산 들꽃여행길에 만나는 웰컴투 동막골

평창에서 국도 42호선으로 갈아타고 정선을 향하다 보면 미탄면에서 지방도 413호선(영월행)이 가지치기를 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지방도로 접어들어 조금 달리다 보면 길 왼편(율곡초등학교)에서 웰컴투 동막골 촬영장이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밖에 보이지 않는 이곳. 세트장은 좁은 마을길로 1.1km 떨어진 산속 폐광터에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걸어 오르기를 10분. 1950년대의 허름한 너와집 10채가 들어선 동막골 세트장이 있다.

주민들의 정담이 오가던 평상이며 인민군 국군 연합군이 묵던 집과 방, 디딜방아와 우물, 불시착한 전투기 모형이 그대로 있다. 아쉬운 것은 내부 스티로폼이 그대로 드러난 채 가지가 대부분 부러진 마을 한가운데 정자나무. 잔잔하게 물결치던 영화의 감흥을 일순 앗아간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잿말랑골: 영동고속도로둔내 나들목국도 6호선양두구미재 웰컴투 동막골 세트장: 평창국도 42호선(정선 방향)미탄지방도 413호선율치리

맛집 장평막국수: 장평시외버스터미널 옆 033-332-0033

패키지여행

봉평 메밀꽃축제+웰컴투 동막골 세트장(당일) 태기산 잿말랑골 들꽃트레킹+봉평 메밀꽃축제(당일). 모두 9월 3, 4, 10, 11, 17, 19일 출발, 3만3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