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을 응용한 이색 전시가 열린다. 17일9월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하늘천 따지-천자문과 조선인의 생각공부예술전은 다양한 천자문 책들과 이를 응용한 이색 프로그램들이 소개되는 학습용 전시다.
천자문이라고 하면 흔히들 할아버지나 서당 훈장님이 가르쳤던 한자 학습 교재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천자문은 단순한 글자 암기가 아니라 각기 다른 한자 1000자로 쓴 사언고시() 250구 125절의 방대한 서사시다. 중국 고사를 담은 구절이 있는가 하면 사계절의 생겨남과 농사짓기,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기강이 담겨 있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예를 들어 망담피단() 미시기장()은 남의 단점에 대하여만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에만 의지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이처럼 천자문은 예의범절은 물론 자연, 역사, 철학 등을 망라한 종합 교재라며 이런 취지에서 천자문을 새롭게 조명해보려 한다고 소개했다.
천자문은 6세기 중국 남조() 양()의 주흥사(?521)가 글을 짓고 왕희지() 필적 중에서 해당되는 글자를 모아 만든 게 원조. 한국에 전해진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서기 258년에 백제 왕인() 박사가 일본에 천자문 1권과 논어 10권을 전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에 나온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조선에서도 도학자나 사대부는 물론 서예가들이 다양한 서체의 천자문 필적을 남겼다. 안평대군(14181453), 박팽년(14171456), 이황(15011570), 김인후(15101560), 한호(한석봉15431605), 신위(17691845), 이삼만(17701845), 조윤형(17251799), 정약용(17621836)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 중 가장 많이 보급된 천자문은 단연 한석봉이 선조의 어명을 받아 1583년에 쓴 석봉천자문으로 해서와 초서 등 세 종류가 있다. 이후 여러 차례 중간되었으며 1800년대 이후에는 방각(본떠서 새김)본까지 출간되면서 조선 글씨의 표준이자 기준으로 학습됐다. 마침 올해는 한석봉이 작고한 지 400년이 된다.
한편 정약용은 실학자답게 구체적 경험이 가능한 일상생활의 한자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아학편()을 짓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조선조 500년과 개화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100여 종 130여 권의 서로 다른 천자문 책들이 나온다. 그동안 보는 것만이 주였던 서예전시의 틀을 탈피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천자문 써보기, 탁본하기, 게임 등은 물론 천자문 내용을 자연의 이치 가족 우애 군신간의 도리 농사와 수확물의 바침: 제의 등의 소주제로 나눠 알기 쉽게 설명한 국경진 씨의 수묵 애니메이션과 천자문의 묵비사염()을 테마로 한 여물목 무용단의 공연도 만날 수 있다. 20일 오후와 9월 10일 오후 2시, 3시, 4시에는 천자문을 통해 본 동양인의 학문예술세계관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
평일 오전 11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는 개관). 일반대학생 5000원, 초중고교생 4000원, 유치원단체(20명 이상) 1000원. 후원업체인 비씨카드 소지자는 9월 3일까지 무료이며 동반인은 3000원. 02-580-12823, www.s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