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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과거사위 조사결과 발표

Posted July. 23, 200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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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부일장학회 헌납은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언론장악 의도와 중앙정보부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965년 경향신문 강제매각의 경우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그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으며 종합적으로 볼 때 당시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추진, 실행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정보원의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과거사위위원장 오충일)는 22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에 따른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900여 권의 자료와 관련자 46명에 대한 면담을 통해 두 사건에 관한 의혹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부일장학회 헌납=과거사위는 부일장학회 헌납과 관련해 당시 중정 부산지부장 박모 씨가 박정희 의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박 의장의 지시가 있기 전에 박 씨가 작성한 부산지부 실태보고서에는 김지태() 사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이 같은 정황에 미뤄 박 의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정 부산지부는 1962년 4월 20일경 귀국한 김 사장을 부정축재처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김 사장은 구속 상태에서 5월 25일 최고회의 법률고문이던 신직수() 씨에게 부일장학회 포기각서를 제출하고 6월 20일에는 고원증() 법무장관이 작성해 온 기부승낙서에 서명 날인했다.

과거사위는 중정 부산지부는 부정축재 척결을 빙자해 김지태 씨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실시하는 등 국가 형벌권을 남용했고 수사과정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중정 본부가 재산 헌납을 유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씨가 구속 상태에서 작성한 기부승낙서 등 문건 7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 결과 기부승낙서의 서명은 김 사장 본인을 포함해 3명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부승낙서 날짜도 (유월 이십일)에 한 획을 가필해 (삼십일)로 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 씨가 풀려난 뒤 서명한 것처럼 날짜를 조작했음을 의미한다.

경향신문 매각=과거사위는 1964년 경향신문의 대정부 비판 기사가 계속되자 경향신문 관계자 10명에 이어 이준구() 사장도 구속됐다며 이 사장이 풀려난 뒤에도 논조 변화가 없자 김형욱 부장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향신문에서 이준구가 손을 떼게 하라는 지시를 받고 강제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사장의 구속 수사를 담당했던 중정의 길모 부국장은 이 사장의 부인인 홍연수() 씨에게 이준구를 사형시킨 후에 정신을 차리겠느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그후 1966년 1월 경매에 부쳐졌고 박 대통령과 동향으로 단독 입찰한 김철호() 기아산업 사장에게 낙찰됐다. 그 과정에 김형욱 부장의 지시에 따라 대공활동국, 서울분실, 감찰실 등 중정 부서들이 경쟁적으로 이 사장 부부를 압박하는 등 매각에 개입했다고 과거사위는 설명했다.

김철호 사장은 1966년 4월 주식을 양도받은 후 박 대통령의 요구로 경영권은 1950년대 부산일보 사장을 지낸 박찬현() 제헌국회의원에게 넘기고 주식의 50%를 박 대통령에게 바쳤다. 이어 1969년에는 신진자동차 측에 남은 주식을 모두 양도했다.



하태원 박형준 taewon_ha@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