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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프리미어리그

Posted June. 23, 200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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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왕실, 비틀스, 셰익스피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제임스 본드 필름. 영국 사람들이 꼽은 영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이다. 몇 년 전 영국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BBC방송을 으뜸으로 꼽았고,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셰익스피어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영국에서 축구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영국인들은 주말이면 으레 축구장을 찾고, 그래서 교회 신도()에 비유한 축구 종도()라는 표현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영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대영박물관보다 먼저 축구장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점잖고 예의 바른 신사의 이미지 뒤에 놀랍도록 폭력적인 에너지가 숨어 있으며, 축구장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장 난동을 일삼는 훌리건을 통제하기 위해 관련법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니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짐작할 만하다. 영국 경찰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훌리건 1000여 명의 여권을 압수하기도 했다.

축구 종가() 영국 프로축구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889년 12개 클럽으로 시작해 19921993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1부 리그에 참가하는 20개 팀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며, 도시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20032004 시즌 1억5700만 파운드(약 28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세리에A,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도 빅리그로 꼽히지만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는 미치지 못한다.

2002 월드컵의 영웅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그것도 영국인들이 프로축구의 간판으로 꼽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을 통해 유럽무대에 데뷔한 지 2년 반 만의 경사다. 박지성이 또 얼마나 밤잠을 설치게 만들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송 대 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