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뭐든 다 해보고 싶어!

Posted June. 23, 2005 06:04,   

ENGLISH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육중함을 느낄 수 있는 개그맨 정형돈(27사진). 인터넷 검색 창에 정형돈을 넣고 엔터 키를 누르니 MBC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의 코너 무모한 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상 원정대, 청춘시트콤 논스톱5, 행복주식회사, SBS 특명 아빠의 도전 등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만 무려 5개가 검색됐다. 옆 창에서는 일일 개그맨 순위 톱 10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2일 오후 SBS 로비에서 그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건 3행시 인터뷰를 했다.

신 없지만 마음은 두둥실

아니 보통 바쁘면 살이 빠지기 마련인데 전 이상하게도 그대로죠.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힘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정형돈의 말은 그럴싸하지만 내숭이었다. 축 처진 어깨, 풀린 눈, 푸석푸석한 피부를 보면 오히려 왜소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개그맨이 오락 프로그램 MC나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은 일종의 외도죠. 하지만 저는 아직 젊잖아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고 나중에 제 길을 잡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상 원정대 코너 만은 예외랍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첫 녹화 장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갔는데 110층 타워 꼭대기에 있는 롤러코스터를 타라고 하더라고요.

들은 처음에 반대했지만

고교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던 정형돈은 직장 동료의 부추김으로 개그맨이 되었다.

2000년 직장 동료가 개그맨 시험을 혼자 보기 민망하다며 같이 원서를 내자고 했어요. 생각을 해보니 못할 것도 없었죠. 그래서 2001년 부모님 몰래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개그맨 시험에 몰두했죠.

회사를 나온 그는 무작정 선배 개그맨 박준형이 이끌던 극단 배꼽빼리아를 찾아갔다. 그러나 박준형과 임혁필 등은 그를 만류하며 회사로 다시 돌아가라고 얘기했다.

엄마가 어느 날 병원에 가셨는데 회사 명의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셨대요. 전화를 걸어 한참을 우셨어요. 하지만 2002년 KBS 개그맨 합격 통지서를 받고 갤러리 정으로 유명해진 후에는 동네방네 우리 아들 장하다고 뛰어다니면서 홍보하세요.

이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어서

최근 정형돈이 누리꾼들로부터 얻는 엄청난 인기의 이유는 바로 캡처 사진 두 장 때문이다. 상상 원정대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그가 공포에 떠는 표정을 한 누리꾼이 화면 캡처해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또 하나는 그의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탤런트 심은하와 비교해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인기에 대해 그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인기 연예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편하게 좋아해주길 바래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뭘 하고 싶어요?라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10년 후에 우리 다시 만나요. 그 때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무슨 꿈을 이뤘는지 저도 궁금해요. 기자님. 2015년 6월 23일 약속해요. 하하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