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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에 물린 해녀 바다낚시 경관들이 극적구조

상어에 물린 해녀 바다낚시 경관들이 극적구조

Posted June. 15, 200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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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상어에게 물렸다가 구조된 해녀 이모(39) 씨는 천우신조()가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료 11명과 함께 배를 타고 외딴섬인 단도에 전복을 따러 왔던 이 씨는 박모(49) 씨와 함께 배가 떠 있는 반대쪽 바닷가에서 물질을 하다가 상어의 습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간신히 바위로 몸을 피했지만 아무런 구호장비나 통신장비도 없어 도움을 요청할 방도가 없었다.

아무리 소리를 쳐봐도 동료들에게 닿지 않았고, 배로 돌아가려면 수영을 해야 했지만 상어가 기다리는 바다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상어에게 다리를 물린 이 씨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자칫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때 낚싯배가 시야에 들어왔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단합대회 겸 낚시여행을 온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 경찰관 15명이 탄 배였다.

처음에는 해녀의 손짓이 우리를 반기는 인사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김태완(경감) 지구대장 등은 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해녀를 그냥 지나치려다가 느낌이 이상해 가까이 다가갔다. 동료가 상어에게 물렸다는 외침이 들렸다.

그러나 섬에 배를 대기는 쉽지 않았다. 수심이 깊은 바위섬이고 파도가 거친 데다 이날따라 안개가 짙었다.

선장이 약간 망설이는 듯하자 김 대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급하다는 생각에 배값 물어줄 테니까 빨리 섬에 붙이라고 소리쳤다.

대원 중 박상진(37) 경장과 강정석(29) 순경이 먼저 바위 위로 뛰어내렸다. 해녀 이 씨는 거의 의식이 없었다. 한 사람은 이 씨를 부축하고 다른 사람이 배와 바위섬을 잇는 인간 고리 역할을 하면서 간신히 이 씨를 배에 옮겼다.

김 대장은 무전기를 이용해 해양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때가 오후 3시 38분. 이 씨는 왼쪽 허벅지와 무릎의 뼈가 보일 정도로 심하게 다친 중상이었다.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했지만 현장에 왔다가 돌아가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릴 것 같았다. 결국 대원들이 직접 후송하기로 하고 119구급대가 안흥항에 대기하도록 연락했다.

낚싯배는 전속력으로 달린 끝에 오후 4시경 안흥항에 도착했다. 이 씨는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 대장은 단합대회를 제대로 못해 아쉽지만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어떤 행사보다도 보람 있는 날이었다며 웃었다.



김재영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