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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메리탄 드림

Posted May. 16, 200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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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미국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성공이란 99%의 노력과 1%의 재능에서 온다고 했다. 어머니가 내게 꿈을 심어 줬다면 아버지는 꿈을 이룰 방법을 일러 줬다. 노동의 종말 등 베스트셀러를 쓴 제러미 리프킨의 회고다. 부모님이 북돋워 준 아메리칸 드림 덕분에 부자도, 상류계급 출신도 아닌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식인으로 성공했다. 리프킨이 이 얘기를 소개한 책이 생뚱맞게도 유러피안 드림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은 1931년 아메리카의 서사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저자 제임스 트루스로 애덤스는 책 제목을 아메리칸 드림으로 붙이려 했지만 출판사의 반대로 못했다. 꿈이나 읽겠다고 3달러 50센트씩 돈을 낼 미국 남자는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늘도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믿고 미국에 몰려온다. 멕시코 정부가 미국 국경 잘 넘는 법을 팸플릿으로 만들어 냈을 정도다. 멕시코인들이 미국에서 벌어 조국으로 부치는 돈이 1년에 140억 달러다.미국인들이 꺼리는 허드렛일에 몰려 있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는 나라보다는 낫다.

정작 미국인 셋 중 한 명은 아메리칸 드림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부모 세대의 소득과 계층이 대물림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니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리프킨이 물질적 성공보다 삶의 질을 강조하는 유러피안 드림을 대안으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계급이 대물림된다지만 신분처럼 상속된다는 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쌓은 실력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부모와 같아진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부자동네에 살지 않는 학생도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대학전형 방법으로 각계각층의 인재를 찾아내는 일은 대학 몫이다. 닭 공장에서 일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자녀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한,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유효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