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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회부전 미특사 평양 보내 담판 바람직

유엔 안보리 회부전 미특사 평양 보내 담판 바람직

Posted May. 08, 200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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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 시작된 제2차 북핵 위기는 올해 2월 10일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거쳐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199394년의 제1차 북한 핵 위기 때는 외무장관으로, 2차 위기 때는 주미대사로 현장을 지켜보고 협상과 회담을 지휘한 한승주() 고려대 교수에게 긴급 진단을 부탁했다.

♦ 높아진 핵실험 가능성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한미 양국은 지금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지금까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반발하고 한미 양국이 금지선(red-line)이나 시한 문제에 자연스럽게 공동 대처하게 될 것이다. 북한으로선 정치적으로 유리한 게 없다. 그래서 안 할 것이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자신들이 핵무기 보유 국가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에 자신감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한 뒤 우리가 핵무기를 가졌다고 이미 선언하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2차 위기의 원인인 농축우라늄 프로그램도 무기화 단계까지 간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무기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꽤 가까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라늄 핵무기는 플루토늄 핵무기보다 찾기는 힘들고 대량화하기는 쉬워서 감시하기 어렵다.

1차 위기 때보다 2차 위기가 더 심각하다고 하는데 한미 양국 정부의 위기의식은 1차 때보다 덜한 것 같다. 성숙해서 그런가.

성숙됐다기보다는 1, 2차 위기를 거치면서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 지금 심각하기는 꽤 심각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정부도 그 심각성을 축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2월 10일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했을 때 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협상용이다. (핵 보유를) 확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과잉 반응하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 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인정하면 지난 4년간의 대북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자인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자신들의 협상 입지를 높이거나 미국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보다는 핵 보유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 1차-2차 핵위기 차이

북한은 1차 위기 때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1차 때는 핵 개발을 하다가 중단했는데 이번에는 내친 김에 핵 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해 놓겠다는 의도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더라도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핵 공격이) 미 본토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일단은 일본이나 한국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는 핵무기 1, 2개 보유 가능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 많은 수가 있을 것이다. 핵탄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본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존 케리 전 미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북한이 68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최소한 2,3개는 더 되고 68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1차 위기 때보다 한미 공조가 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미국 사람들이 그런 얘기 많이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사람만이 아니라, 부시 정책에 비판적인 대북 온건파들도 협상할 때는 압력과 유인책, 채찍과 당근이 다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채찍이라는 말도 못 꺼내게 한다. 그러면 북한이 협상하려 하겠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2003년 여름만 해도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이었고, 한국은 대북 압력을 가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 중의 대북영향력 한계

중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있는가. 북핵 문제를 대만 문제에 대한 대미()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 내에서도 그런 의문이 있다. 그러나 내가 관찰하건대 중국은 북핵 문제를 대만 문제나 미중, 일중 관계 같은 다른 이슈와 연계시키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북핵 자체가 중국에 위협이 되고, 북한이 핵무기를 대외적으로 반출할 수도 있고, 그러면 일본이나 동북아 다른 나라의 핵무장 핑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북 무역 통로인 단둥 지역만 막으면 북한이 말을 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있긴 있는데 대체로 극약이다. 그것을 중국이 쓰겠느냐. 북한은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미국한테만 쓰는 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3가지 큰 목표가 있다. 첫째 북한 정권 체제를 존속시키는 것, 둘째 북한을 비핵화 하는 것, 셋째 한반도에서 전쟁이 안 나게 하는 것이다. 3가지 모두 중국에 이익이 되는데 하나를 너무 추구하다 보면 다른 목표에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 6자회담과 해결 시한

현 시점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 유용성은 북한이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전제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를 위한) 위험한 고비, 취약한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도, 실제는 북-미 막후 협상 방식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미국은 6자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대북)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이 협상이 아니라 접촉 차원에서 특사를 평양에 보내는 방식을 유용하게 본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 보유를 선언했다. 앞으로 핵실험까지 한다면 미국은 절대 대북 특사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굽히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가능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안보리 제재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 북한이 압력을 느낄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중국과 한국은 공식적, 표면적으로 안보리 회부에 부정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어쨌든 안보리로 가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커진다. 안보리에서 북한을 도와줄 수도, 안 도와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북 지렛대를 주는 것이다. 1994년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갔을 때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협상에 안 나오면 도와주기 어렵다고 얘기함으로써 북한이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어떨지.

북한 설득을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 남아 있는 게 있나.

거의 없다고 본다. 요새는 중국도 (외교적 노력을) 포기한 것 같다. 중국은 지금 고민이 많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소진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

북한이 전격적으로 6자회담 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는가.

가능성은 있지만 굉장히 희박한 것 같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다. 첫째, 북한은 핵 능력에 자신을 갖게 됐다. 둘째, 자기들이 버티면 중국과 한국의 (대북 온건) 태도가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셋째,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이라크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안 가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데 있다.

미국의 태도도 중요한데.

미국 중간선거가 내년 11월에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추진한다면 내년까지 미루지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에도 북한이 핵 능력을 키워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라크 새 정부가 고전하고 있긴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라크에만 집중됐던 미국 언론의 관심이나 에너지도 북한에 쏠릴 환경이 조성된다. 따라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겠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한미 공조가 본격 갈등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있지 않나.

한국 내 언론과 학계에서 이 문제의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논의가 최근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한미 양국 정부 간에 양국 정상의 신뢰를 받는 인물끼리 공동전략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의 양국간 논의에는 신뢰가 없는 것 같다. 1차 위기 때는 대북 강경책을 쓰든, 온건책을 쓰든 양국간에 코드를 맞추고 공동전선을 펴는 게 가능했다. 한미 양국 협의 때 상대를 설득하느냐 설득 당하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브레인스토밍(난상토론)이 이뤄졌다. 지금은 그런 토론을 이끌어갈 인물이 미국에도 없고, 한국에도 없다.

♦ 한승주 교수는

서울 출생, 65세

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무장관

(1993년 2월1994년 12월)

유엔 키프로스 특사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의장

고려대 총장서리

주미대사

(2003년 4월2005년 2월)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