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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안보리회부 카운트다운 시작?

Posted May. 05, 200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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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기가 막다른 골목(critical juncture)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듯이 보인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계속 거부한 채 핵무기 보유 선언에 이어 핵실험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 검토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던 1994년과 같은 위기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1994년 1차 북핵위기와 현재의 북핵위기를 비교해 본다.

무엇이 같고 다른가=1994년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핵 연료봉 추출이라는 한계선(red line)을 넘자 즉각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대북제제 결의안을 채택했다.

2005년 5월 현재 북한의 핵 위협은 1994년에 비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이미 8000개의 연료봉을 모두 처리해 1214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했다.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6자회담 무용론과 함께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 2차 위기의 발단은 차이가 있다. 1차 북핵위기가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로 시작된 데 비해, 2차 핵위기는 HEU를 이용한 핵무기 개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물론 기본적인 대립 구도가 미국의 비확산 방지와 북한의 핵보유 추구라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그동안 국제환경은 상당히 변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차 핵위기 때는 국외자였던 중국이 현재 적극적으로 중재역을 자임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4세대 지도부는 과거 중국 정부와는 달리 북한의 입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대신 북한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 해결을 곤란하게 하고 있는 것은 북한과 미국 지도부의 타협 없는 충돌 때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고 했던 빌 클린턴 행정부에 비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해결을 서두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도 최근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협상다운 협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협상태도를 문제삼았다.

1994년 핵위기의 경우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당시 김일성() 주석이 핵 동결 의사를 표명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북-미는 그해 10월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를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는 북한에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타협의 여지보다는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리 회부로 갈 것인가?=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6자회담이 의미가 있으며, 대화를 통한 해결의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누가 질문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도 북-미가 기존의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에서 협상에 의한 타결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답이라며 안보리 회부에 의한 제재 논의 등을 통한 긴장의 고조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위기상황 고조시에 그에 대한 관리라는 측면일 것이라며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하루빨리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