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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 세계가 보이지 않는가

Posted May. 03, 200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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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제도가 도입되고 그에 따라 교육현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내신을 위주로 하는 2008학년도 입시제도는 고1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으면서 같은 반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내신전쟁을 야기하고 있다. 입시정책이 바뀔 때마다 왜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는지 근본 원인을 살펴봐야 할 때다.

우리 입시제도의 축은 대학별 본고사, 수능시험, 내신의 순으로 이동해 왔다. 정부는 본고사가 과외의 주범이라며 본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시험을 도입했다가 이번엔 수능시험이 과외를 부추긴다며 내신 위주의 입시를 치르겠다고 한다.

입시제도를 여러 번 바꾸는 동안 과열 입시와 사교육비 문제는 과연 해소됐는가. 수능시험 도입 이후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새 입시제도 아래서는 수험생들이 모든 과목에 대비해야 하므로 사교육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다. 입시제도를 바꾸면 교육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릇된 환상임이 다시 입증된 것이다.

한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 나라는 없다. 새 입시제도에서 교육 당국은 내신 위주 입시라는 전체 방향을 정하고 수능시험을 등급제로 바꿔 변별력을 떨어뜨렸다. 대학별 본고사에 대해선 절대 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꽁꽁 묶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것인데도 그런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입시를 정부가 틀어쥐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교육당국은 알아야 한다.

각국이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존중하는 것은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능 소지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대학에 맡기는 편이 획일성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정부는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개입을 늘려 부작용을 양산하고 교육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취임 후 세계적인 명문대 15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와 정부는 과연 세계를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