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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 뭐니?

Posted April. 29, 200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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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투어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도 효과가 없었다. 박세리(28CJ)의 추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박세리는 29일 테네시 주 프랭클린 밴더빌트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아메리칸모기지챔피언십(총상금 100만 달러) 첫 라운드에서 공동 127위(9오버파 81타)로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중압감에 게임 망치는 악순환

박세리는 지금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소속사와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쌓인 중압감으로 게임을 망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공동 2위(2언더파 70타)에 나선 박지은(나이키골프)과 한희원(휠라코리아) 안시현(코오롱엘로드) 등의 선전은 코리안군단의 선봉장인 박세리를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박세리는 연습라운드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실전에만 나서면 몸이 굳어 어처구니없는 샷이 나온다고 토로한다. 주위에선 명예의 전당 입성 확정 후 목표 의식과 헝그리정신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박세리는 억울하다고.

최종 라운드 때 하위 그룹에서 플레이하는 기분을 아시나요. 예선 탈락 후 호텔방에서 짐을 싸는 참담함을 아시나요.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 박준철 씨가 미국 현지로 날아가 한 달간 응급처치를 했는데도 효험이 없을 만큼 박세리의 병은 심각하다.

원형중(이화여대SBS 해설위원) 교수는 박세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 문제다. 한 달이 아니라 1년이라도 쉬면서 전문 심리상담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찬명(경인여대KBS 해설위원) 교수는 원인 모를 슬럼프 탈출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전담코치(톰 크리비)는 역부족인 것 같다. 편하고 낯익은 코치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코치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애타는 메인스폰서 CJ

박세리는 이날 라운드 직후 메인스폰서인 CJ 담당직원과의 국제통화에서 모든 샷이 자신이 없다. 미치겠다. 좀 더 시간을 달라. 예전의 샷 감각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박세리가 CJ로부터 받는 후원금액은 2007년까지 5년간 매년 20억 원씩, 100억 원이나 된다.

박세리는 먹튀 선수라는 불명예를 안고 스러질 것인가. 아니면 미국 진출 첫해인 1998년 시즌 초반 부진해 스폰서로부터 귀국 명령까지 받았다가 귀국 한 달 전 극적으로 미국LPGA챔피언십 정상에 올랐을 때처럼 재기할 것인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10년 투어활동 규정을 채워야 한다. 박세리는 미국 진출 8년째인 올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안영식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