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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준비설 한때 술렁

Posted April. 24, 200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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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인터넷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보도하면서 한때 워싱턴 외교가가 바짝 긴장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 중일 수 있으며 중국이 이를 제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21일 중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서울발 기사였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정교해서(advanced) 핵실험의 사전징후를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문제의 메시지가 긴급 외교문서(emergency demarche)라는 형식으로 중국에 전달됐다고 보도해 긴박감을 더했다. 한국과 일본에도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첩보위성이 북한 내 미사일 기지 및 지하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의심되는 몇몇 장소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물론 첩보내용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핵실험 준비설의 정황증거로 읽혔다.

더구나 보도시점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한중일 순방과 맞물리자 핵실험 준비설은 증폭됐다. 힐 차관보는 23일 서울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23일 뭔가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도 이날 핵무기 보유선언을 한 북한의 다음 수순이 핵실험이라는 것은 상상의 범위 안에 있는 내용이라며 미국은 단순히 예방적인 우려 표시 차원에서 그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도 우려 표시에 가깝다는 해석을 했다. 이들 신문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최근 언사가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달 들어 6자회담을 동등한 핵보유국인 미국과 북한 사이의 군축회담으로 전환하자 핵물질을 테러그룹에 넘길 수 있다 평북 영변의 원자로를 최근 가동 중단한 것은 플루토늄 추출 목적이라는 등의 발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LA타임스는 특히 23일자에서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공격적인) 수사()의 톤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요청과 우려표시가 핵실험 준비설 통보로 번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결국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본다는 일부 미 당국자의 견해를 전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보유를 보여주려면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