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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먼나라 이웃나라

Posted January. 21, 200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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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오래전부터 이웃이 가난했다. 5000년 역사의 거의 대부분을 일편단심()으로 중국을 흠모해 왔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광복 후에는 미국이 사실상 유일무이한 외국이었다. 그때마다 그쪽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해당국 문화에도 익숙한 모화(), 친일(), 친미() 세력이 차례로 지배 엘리트 계급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짝사랑의 결과는 애증()의 갈등과 고통을 가져오기 마련이었다. 한국인의 배타성은 그런 외국, 외국인관()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덕성여대 산업미술과 이원복 교수(59)의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가 12권 미국-대통령편을 마지막으로 20여 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88서울올림픽 이전만 해도 유럽을 먼 나라로 여겼던 한국인에게 중국 미국 일본 외에도 다양한 외국이 있음을 깨우쳐 준 노작()이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한국인의 국제적 안목을 넓혀 준 만화 세계사로 평가하며, 작가를 진정한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세계인)으로 대접한다.

작가는 고교생 때 외국 만화를 베끼는 아르바이트를 한 것을 계기로 만화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대 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독일 뮌스터대 디자인학부에서 디플롬 디자이너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 철학부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학력과 10년에 걸친 유럽 유학 기간 중의 방랑(), 그리고 작가의 왕성한 지적 탐구()와 수십 차례에 걸쳐 일본과 미국을 드나든 발품이 먼 나라 이웃 나라의 밑받침이 됐다.

지정학적으로는 멀지만 심정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있고, 거리는 가깝지만 원수처럼 지내는 나라도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은 우리에게 그다지 훌륭한 이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국내외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먼 나라 이웃 나라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 준 것은 세상은 넓고, 이웃은 많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