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아름다운 자원봉사

Posted January. 03, 2005 22:47,   

ENGLISH

스위스에서 온 자원봉사자 있습니까?

3일 태국 푸껫 인터내셔널 병원 정문 입구. 태국 의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진해일(쓰나미)로 부상한 스위스인이 갑자기 흥분해 자해하려 하자 통역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스위스 간호사 출신 여성 자원봉사자가 급히 뛰어왔다. 그리곤 곧장 2층 병실로 올라가 환자의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었고, 자살을 기도했던 환자는 낯익은 스위스말에 안정을 되찾았다.

쓰나미의 강타로 사지()로 변해버린 휴양도시 푸껫. 하지만 각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내고 있다.

한국인 자원봉사단체 푸껫 여행자협회의 분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쓰나미 발생 바로 다음날인 27일, 푸껫 시내 와트코짓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24시간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29일 한국인 희생자 이혜정 씨(27)의 시신을 화장할 때는 100여 명의 협회 회원이 모여 묵념을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모여 주셔서 딸이 가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겁니다.

이 씨의 모친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여행자협회는 카오락과 끄라비에서 시신 발굴 작업에도 참여했다.

푸껫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조중표 대사는 이들이 없었으면 피해자 집계뿐 아니라 실종자 발굴도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봉사자들도 적지 않다. 미국인 이반 체바로스 씨는 태국에서 열리는 국제 보트대회에 참가하러 지난달 말 푸껫에 왔다. 하지만 대재앙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곧장 구호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27일부터 방콕 푸껫 인터내셔널 병원에서 환자 명단을 작성하고 길을 안내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목은 쉬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역사에 남을 쓰나미 피해 장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푸껫 시청은 자원봉사자들의 집합소. 세계 60여 개국 교민들이 텐트를 치고 자국 국민의 여권발급, 병원알선 등을 돕고 있다.

이들 중엔 푸른 체육복에 흰색 상의를 입은 태국 중학생 수백 명도 섞여 있다. 생수와 음식을 부지런히 나르며 봉사활동을 한다.

시청에서 영사 업무를 돕는 한국국제협력단 김화란 씨(24)는 상황이 너무나 참혹해 무섭지만 한국 피해자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며 땀을 닦아 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