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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골장면 상상하라

Posted December. 15, 20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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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10분씩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골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내가 어떤 식으로 해야 골을 넣을 수 있을지를 반복적으로 생각해 보는 거죠.

1988년과 91년 프로축구 득점왕 출신인 이기근 양평개군중 감독이 말하는 득점 노하우다. 이 감독은 골을 잘 넣는 비법은 결국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실수를 하면 경기가 끝난 뒤 같은 상황에서 반복 연습을 해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골 욕심은 기본. 이 감독은 포항제철 선수 시절 같이 투 톱으로 나섰던 조긍연 선문대 감독과 서로 골을 넣으려고 하다 크게 다툰 적도 있다고 했다.

89년 득점왕에 올랐던 조 감독 역시 욕심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 조 감독은 연습이든 실제 경기든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이번 게임에서 최소한 3골은 넣겠다는 각오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남들은 한 번 하기도 힘든 해트트릭을 3번이나 했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역대 K리그 득점왕 출신들이 자신의 득점 비결을 전하기 위해 모였다. 박윤기 서울기공 감독(83년 득점왕)이 주도해 최근 발족한 황금발의 회원들이다. 올해를 포함한 역대 득점왕 20명 가운데 외국인 선수(5명)와 해외로 나가 연락이 끊긴 김용세(85년 득점왕)를 제외한 14명이 회원. 이들은 이날 수원 경수유소년클럽 축구 꿈나무를 상대로 축구 클리닉을 연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책자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후배들에게 득점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득점왕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93년 득점왕 출신으로 일본 고교에서 축구팀 지도를 하고 있는 차상해 씨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어떻게 공을 잡아 슛으로 연결할지를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서 그려보곤 했다고 말했다. 김도훈(성남 일화)도 어떤 상황에서도 슛을 할 수 있으려면 이미지 트레이닝은 필수라고 말했다.

윤상철 경신고 감독(90, 94년 득점왕)은 침착함과 과감함을 강조했다. 침착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골키퍼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을 정확히 찰 수 있도록 끝까지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 상대 수비와 골키퍼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슛을 날리려면 과감함이 필요하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