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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건 문자메시지와 18일간 씨름

Posted December. 10, 20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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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고, 노력한 사람들이 대우받고 평가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부정행위 수사에 매달리다 18일째인 10일 수사를 사실상 종결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 김재규 경정(42사진)은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이번 수사과정에서 김 경정을 비롯한 수사전담팀 16명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쉴 날이 없었다.

단 한 명의 부정행위자라도 철저하게 가려내면서도 엉뚱하게 오해를 받거나 선의의 피해를 보는 수험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 같은 중압감을 벗어버린 김 경정과 수사팀은 이제야 발 뻗고 속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고생한 만큼 수사성과에 대한 보람도 크다. 문자메시지 분석이라는 기상천외한 수사를 통해 이날까지 수험생 18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은 광주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광주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면 타 지역에서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3대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팀에 건네진 자료는 수능 당일 문자메시지 전송량 3억 건 가운데 15까지의 숫자가 포함된 28만여 건.

처음 수사를 시작할 때는 실제 부정행위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부정행위 의혹이 있는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오자 저를 포함한 팀원들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당황했죠.

이번 수사의 일등공신인 김 경정의 수사경력은 화려하다.

1994년 인천 북구청(현 부평구청)의 공무원 취득세 횡령사건, 1999년 만민교회 방송국 난입사건, 2000년 속칭 미아리텍사스 성매매알선업주들의 공무원 상납계 사건 등 하나같이 국민의 뇌리에 남아있는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쳐 전모가 드러났다.

김 경정은 한순간의 부정행위를 뒤늦게 후회하는 어린 학생들이 안타까워 과거 어떤 사건보다 이번 수사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