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맥도널드

Posted November. 24, 2004 23:04,   

ENGLISH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브랜드가 반드시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는 아니다. 러시아 민영 NTV는 최근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세계 곳곳에서 수난을 겪고 있는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널드에 대한 얘기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기업 중 하나인 맥도널드는 특히 러시아와 동유럽 등 옛 사회주의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 왔다. 미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에서 보듯 정크 푸드(쓰레기 음식)라는 비난까지 받지만 옛 사회주의권에서는 서방 문화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 맥도널드 새 매장이 차례로 들어설 때마다 몰려드는 인파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모스크바 중심가에 문을 연 1호점 앞에 늘어선 긴 줄은 한때 개방의 상징이었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절대 음식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도 물건이 바닥나 허탈하게 돌아섰던 공산주의사회에서의 경험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맥도널드에 감동했다.

상술과 기업전략도 놀라웠다. 가격표마다 미소는 무료라고 써 붙였다. 국영 식당의 느려 터지고 불친절한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부각시킨 것이다.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이 싹싹하게 인사를 건네며 손님을 맞고 능숙하게 빅맥을 주는 풍경은 옛 소련 국민에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곳곳에 새 매장을 낸 것도 알고 보면 치밀하게 계획된 부동산 투자였다. 오늘날 러시아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마다 맥도널드가 없는 곳이 없다.

그러나 이런 러시아에서조차 최근 맥도널드의 명성은 떨어지고 있다. 맥도널드를 둘러싼 마피아조직의 구역 다툼 끝에 폭탄 테러가 일어났고, 커피에 화상을 입은 30대 여성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노사분규를 통해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드러났다. 개방의 상징 맥도널드에 열광하던 러시아인들이 이제 이면에 가려졌던 또 다른 진실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맥도널드를 통해 배운 화려한 자본주의가 늘 달콤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처럼.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