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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위적 정계개편 생각부터 버려야

Posted June. 01, 2004 22:02,   

인위적 정계개편 생각부터 버려야

문희상 대통령정치특보가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152석의 의석으로는 불안한 과반이므로 앞으로 민주당과의 자연스러운 합당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나 납득하기 어렵다.

총선 민의()는 분명하다.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주면서도 거여()를 허용치 않은 것은 자기 책임하에 국정을 끌고 가되 독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새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여당이 이런 민의를 왜곡하려 한다면 되겠는가.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자 축하 만찬에선 152석이라는 의석수가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해주므로) 참 좋은 것 같다고 했기에 더 혼란스럽다. 일각의 관측대로 상당수 당선자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 처리될 경우 과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합당을 내심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욱 떳떳하지 못한 자세다. 그럴 경우라면 당당히 재보선에서 승리해 잃은 의석을 메울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고 새 정치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상생의 토대가 되어야 할 여야간 신뢰를 앗아가 버린다. 과반을 위해 합당도 서슴지 않는 여당을 상대로 대화와 타협을 얘기할 야당은 없다. 집권측의 동진() 정책 및 민주대연합론으로 야당의 불신은 이미 깊어지고 있다. 야당 입장에선 이 모든 움직임이 거대여당으로 가기 위한 정략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지난날 세()를 키우기 위해 다른 당 의원을 회유, 협박해서 데려오거나 심지어 꿔오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정치의 아픈 유산이다. 구태()와의 단절을 외치면서 이를 답습해서야 되겠는가. 인위적 정계개편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