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번호이동성제도가 실시된 이후 과열 양상을 보여 온 이동통신시장이 돌발변수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25일 시장점유율 52.3% 유지를 선언한 데 이어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SK텔레콤에 대한 신세기통신 합병 관련 규제시한을 2007년 1월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한 휴대전화 관련 업계는 이번 조치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휴대전화시장, 과열 경쟁 사라지나=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유지 선언과 정책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이동통신시장의 과열은 일단 진정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독점 시비를 없애기 위해 내년 말까지 점유율을 52.3% 이하로 유지하겠다며 화해무드 조성에 나섰다.
SK텔레콤으로서는 합병 규제시한 연장과 향후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책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무리한 경쟁에 나설 수도 없는 처지다.
후발업체인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의 독점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SK텔레콤의 클린마케팅 선언에 대해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다만 자금력을 앞세운 1위 업체의 마케팅 공세를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후발업체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KTF는 자사 가입자의 번호이동 제한이 풀리는 7월 이후 SK텔레콤이 마케팅 공세를 펼칠 것으로 우려해 왔다. LG텔레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가입자 이탈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비상 걸린 단말기 업계=정작 비상이 걸린 곳은 단말기 제조업체들이다.
7월 번호이동 수요 확대에 따른 특수()를 기대했지만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유지 선언으로 그 가능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번호이동 특수를 기대했던 하반기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의 마케팅 비용 축소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멤버십 서비스 등 제휴업체에 대한 지원이 줄어 관련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은 마케팅 비용을 줄여 하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로서는 각종 멤버십 혜택이 줄고 신규 가입시 부담이 늘어 당장은 불리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업체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요금에 전가되므로 장기적으로는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 연구원은 서비스의 질로 경쟁하는 클린마케팅 풍토를 정착시켜 늘어난 수익을 요금 인하에 쓰도록 하는 정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