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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외압 있었나

Posted February. 13, 20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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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2002년 12월 김천저축은행이 차명대출을 취급한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입수하고도 이듬해 2월 4일에야 늑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달 전인 11월 김천저축은행의 실질 인수자가 굿머니라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오판했다.

금감원이 첩보 및 제보를 입수했던 11월과 12월은 굿머니가 대선자금을 건네줬다고 알려진 시기와 일치한다.

게다가 굿머니 불법대출 과정에서 명의대여자를 모집했던 김진희씨는 금감원이 압력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혀, 금감원이 외압을 받고 부실 조사를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석연찮은 늑장 조사=금감원은 2002년 11월 12일 김천저축은행의 실질인수자가 굿머니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다음달 16일에는 이 은행이 차명대출을 취급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즉각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이듬해인 지난해 2월 4일에야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유병태() 비 은행검사1국장은 2002년 9월 이 은행의 주인이 바뀐 이후 여수신 금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2003년 14분기(13월)에 검사하기로 결정했었다고 해명했다.

검사 시기를 뒤로 미룬 이유에 대해서는 12월 중순부터는 검사 대상 회사들이 결산 등으로 바쁜 시기여서 검사를 하지 않는데다 당시 경찰청과 합동으로 연말연시 금융회사 방범실태를 점검하고 있어서 인력에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실 조사 의혹=금감원은 김천저축은행의 불법대출만 조사해 이 회사 윤교영 대표이사, 대주주 황융광씨, 굿머니 김영훈 전 대표 등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김천저축은행의 실질 인수자가 굿머니라는 첩보에 대해 윤 대표이사와 면담한 결과만을 토대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굿머니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다.

유 국장은 대금중개업체는 우리 조사 소관이 아니다며 김 전 대표를 만나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굿머니 경영진이 김천저축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한 544억원의 불법 대출을 할 수 없다며 특히 불법 대출을 주도한 굿머니 직원들은 김천저축은행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김천저축은행을 조사하면서 굿머니 관련 부분을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