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LG카드 지원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한미은행은 지원방안 중 일부만 수용하겠다고 밝혀 16개 채권 금융회사가 합의한 LG카드 정상화 지원 방안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회사를 소유하기 시작한 뒤 정부의 협조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계 론스타 펀드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5일 공시()를 내고 이사회를 거쳐 LG카드 채권단 공동관리방안(출자전환 및 신규 유동성 지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기존 채권 587억원어치를 출자전환하고 신규로 584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김형민() 외환은행 상무는 정부정책에 대한 협조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외환카드 합병 등에 따른 유동성 지원 및 충당금 설정 부담 때문에 LG카드를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도래하는 LG카드 채권 및 기업어음(CP)의 만기는 연장해 주기로 했다.
미국계 펀드인 칼라일이 대주주인 한미은행도 LG카드에 대한 334억원 신규지원과 출자전환에는 동참하지만 기존 대출금 335억원의 출자전환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은행은 기존 대출금 335억원은 은행의 돈이 아니라 고객들이 은행 신탁을 통해 사들인 채권이어서 마음대로 출자전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은행이 자금 지원을 전부, 또는 일부 거부함에 따라 16개 금융회사들이 기존 채권 2조원을 출자전환하고 1조65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는 기존 합의는 사실상 깨졌다. 이와 관련해 16개 채권 금융기관이 모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LG카드 지원을 결정했던 하나 신한 조흥은행 등은 조만간 다시 이사회를 열어 지원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향후 일정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 결정할 사항이며 두 은행을 뺀 지원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등 민영 금융회사들은 더 이상의 부담을 지는 것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