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미군에 체포되기 전 수개월간 고향인 티크리트의 안전가옥 2030군데를 전전했으며 충성파들로부터 국내 상황을 전해 듣고 있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그는 또 작은 배를 타고 티그리스강을 통해 이동하거나 택시 또는 트럭을 이용했으며 필요할 때는 걷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군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후세인은 4월 9일 바그다드 함락 직후 폴크스바겐 파사트 승용차를 타고 북쪽으로 도망쳤다. 그는 고향인 티크리트로 간 뒤 집권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혈족 및 부족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냈다. 안전한 곳이라고 판단되는 가옥에서는 1주일가량 머물기도 했으나 2, 3명의 심복만 대동한 채 수시로 거처를 옮겼다.
후세인은 주변의 배신을 막기 위해 100달러짜리로 현금을 많이 지니고 다녔다. 자신이 미군에 의해 2500만달러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것을 의식한 것. 그는 체포될 때도 75만달러를 갖고 있었지만 도피기간 중 돈을 많이 쓴 데다 외국은행 계좌가 동결됐기 때문에 돈줄이 점차 위축돼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후세인 체포 임무를 맡았던 미 육군 제4사단 토드 메길 중령은 도피 중인 후세인을 가까이서 지원한 사람들은 서방에서 교육받은 무기전문가들이 아니라 후세인과 혈연관계인 5개 핵심 가문 출신들이라고 말했다.
후세인 체포에 결정적인 정보를 준 사람도 이들 가문 출신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는 중년의 나이에 머리가 벗겨진 몸무게 135kg가량의 거구이며 후세인 통치시절 공포의 대상이던 정보기관 출신이라는 것. 이 제보자는 후세인을 가까이서 지원한 5명 중 한 명으로 12일 밤 바그다드에서 체포됐으며 티크리트에서 강도 높은 신문을 받은 뒤 13일 후세인의 은신처를 자백했다.
미군 정보당국은 후세인이 은신하면서 의존할 인적 네트워크를 파악하기 위해 6월부터 그의 인간관계를 차트로 만들어 정리해 왔다. 여기에 올라간 이름만도 9000여명. 하지만 후세인을 직접적으로 도와준 핵심인물 5명은 최우선 수배자 55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은 이라크 정보원들과 전자감청을 통해 후세인의 은신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을 체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