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내년부터 정부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으며 직접 다잡겠다고 밝혔다. 이 정부 출범 이후 10개월 동안 빚어진 정치혼란 국정표류 경제침체 민생불안을 돌이켜 볼 때 정부혁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말한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일의 선후()와 경중()이 크게 뒤바뀌었다. 쇄신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곳은 바로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이른바 코드인사를 한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다. 실세 측근들은 비리 혐의로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급기야 대통령 자신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형국이 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주요 참모진에 도덕적으로 짐이 되지 않고 진실로 현명한 대통령의 길을 충언하며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만한 자질과 경륜과 희생정신이 있는 인물들을 등용했더라면 국정과 대통령 자신의 처지가 지금같이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부를 위해 정책총괄 성격의 정책실을 따로 만들고, 대통령 직할과 정책실장 산하에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를 양산했지만 그간의 역할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참여정부라는 표방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설한 국민참여수석실도 사실상 실패작이 됐다고 본다.
시간을 다투는 현안들이 해를 넘기는데도 청와대가 나서서 조정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중대한 국정현안치고 성장 재정 분배 환경 노동 문화 대외관계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은 게 드물다. 그러다 보니 관련 부처도 많고 이견() 또한 많다. 국무총리나 부총리에게 실권을 주지도 않으면서 청와대마저 시스템 혼란의 한 부분이 되고 있으니 국정의 가닥을 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조직시스템과 인사의 개편은 비서관 자리 몇 개 만들거나 바꾸는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알맹이 없는 개혁 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또다시 실패할 우려가 크다. 임기 1년도 안 돼 임기 말과 같은 상황을 맞은 노 대통령에게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여지가 없다. 노 대통령은 그간의 청와대 조직이 보여 온 비효율을 일소한다는 자세로 조직과 인물을 확실하게 쇄신하기 바란다. 이것이 정부혁신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