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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돕기 정' 실종

Posted August. 28, 2003 17:46,   

25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 있는 통일안국사의 아동사회복지시설인 선재동자원.

숙소였던 가건물은 최근 불에 타 사라져버렸고 그 앞에 임시로 설치된 대형 텐트는 연일 계속된 비에 젖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보호자 없는 69명의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날 개학을 맞아 쓰레기처럼 뒤엉킨 책들 사이에서 자기 책을 찾느라 소동이 일었고 2개의 화장실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4월만 해도 이들에게 꿈은 가득했다. 기숙사를 새로 지어 숙소를 기존의 가건물에서 옮길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기숙사 공사가 시작되자 지긋지긋한 조립식 건물을 벗어날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5월부터 후원자가 3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감하면서 공사는커녕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1일 남학생용 가건물에 전기누전으로 불이 나 이 때부터 텐트 생활이 시작됐다. 선재동자원 운영자인 지산 스님은 빗속에 아이들이 잘 곳은 없고 빚은 매달 쌓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해 보육원 등 복지시설과 빈곤 가정의 아동, 무의탁노인, 장애인 등 불우이웃들에게 쏟아지는 손길이 크게 줄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때에도 회원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 사회복지단체로 불우이웃과 후원자를 맺어주는 한국복지재단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후원을 중단한 후원자는 모두 9000여명. 7월 말까지의 후원 중단 사례만도 지난해 전체보다 30%를 초과했다.

이에 따라 이 재단 후원자는 7월 말 현재 지난해 9만674명보다 3242명(3.6%)이 준 8만7432명으로 집계됐다. 통계가 잡혀 있는 1997년 이래 후원자가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사회복지회도 마찬가지. 신규 회원이 지난해의 70% 수준에 그치고 후원금을 낮추겠다는 기존 회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불우이웃에 대한 고정 지원만을 근근이 하고 있다. 최낙창 기획실장은 장애아동들의 치료비, 미혼모의 양육비 등 추가 지원은 꿈도 못 꿀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이밖에도 한국어린이보호재단 홀트아동복지회 불마트 등 대표적 사회복지단체들도 후원자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 사회복지시설이나 미()인가시설의 사정은 특히 나쁘다.

서울시 김정기 사회복지정책팀장은 알려지지 않은 사회복지시설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하다며 서울시만 해도 현재 120여 곳의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