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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광속구 투수 SK 엄정욱(22)의 스피드가 줄었다. 그러나 그만큼 희망은 크고 있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자체 평가전에서 160짜리 직구를 스피드건에 찍은 엄정욱이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투수다운 투수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시범경기 첫 등판인 15일 현대와의 경기에서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그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안타와 볼넷 1개씩을 내주긴 했지만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막았다.
2-0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엄정욱은 첫 타자 이도형과의 승부에서 2스트라이크 1볼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연속 2개의 원바운드 공을 던져 볼넷을 허용했지만 2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안타를 내줘 2사 1, 3루가 된 뒤 한화의 대타 장종훈과 벌인 승부는 백미. 풀카운트에서 몸쪽으로 152짜리 강속구를 찔러 관록의 장종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것.
현대전에서 직구는 모두 150대를 던지는 등 최고시속 154를 기록한 엄정욱은 이날 최저 스피드가 144. 그동안 평균 150 이상을 던졌던 것을 감안하면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셈.
하지만 엄정욱은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섞는 다양한 투구를 시도했고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에 신경을 쓰는 모습. 주자가 나가 있을 때 견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경기 후 그는 오늘은 평소보다 빨리 던지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컨트롤에 집중하고 있다며 볼넷을 내주지 않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만년 2군 선수였던 엄정욱은 올 시즌 붙박이 1군의 꿈을 키우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12이닝씩 던지는 중간계투요원으로 활용하며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 SK 조범현 감독은 그동안 (엄정욱이) 하도 야단을 많이 맞아 주눅이 들어 있다. 나갈 때 폭투 5개를 던져도 괜찮다고 했다. 올해는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SK는 조경환이 솔로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데 힘입어 3-0의 완승을 거두고 시범경기 3연승으로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대구에선 삼성 이승엽과 마해영이 LG전에서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