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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수의 비결

Posted November. 15, 2002 22:52,   

미국의 철강왕이며 자선가로 유명했던 앤드루 카네기는 뉴욕 필하모닉의 중요한 후원자였다. 어느 해 이 악단의 직원이 그에게 찾아와 6만달러를 후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기부할 만한 다른 사람들이 또 있을 테니 먼저 3만달러를 받아오면 나머지 반을 주겠다고 말했다. 얼마 후 그 직원은 3만달러를 후원받았다며 카네기를 다시 찾아왔다. 카네기는 수표에 서명하면서 물었다. 그 돈을 기부한 사람을 말해줄 수 있겠나? 직원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카네기 여사이십니다. 부창부수였던 것이다. 카네기가 66세 때인 1901년 자신이 일생동안 공들여 키워온 철강회사를 처분하고 받은 돈은 4억9200만달러였다. 그리고 그가 일생동안 기부한 액수는 모두 3억2465만7399달러였다고 한다. 자선과 기부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12일 528억달러(약 63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재산의 대부분을 앞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세계 제일의 부자이며, 사상 최대의 자선재단을 설립한 위인다운 결심이다. 게이츠 회장은 재산을 아이들에게 남겨주는 것은 사회에나 아이들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자선행위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설사 그런 면이 있다고 해도 그가 벌여온 수많은 자선사업들의 가치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선은 많은 죄악을 덮어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에게 너그럽게 베푸는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일찍 사망할 확률이 60%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의 심리학자인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423쌍의 노인부부를 대상으로 5년간 조사분석한 결과 생존한 사람들 가운데 여성의 72%, 남성의 75%가 조사 전 해에 아무 대가없이 남을 도와준 일이 있다는 것. 그는 남을 돕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받는 것이다는 성경의 말씀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셈이라고 할까.

자선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charity)는 사랑으로 준 선물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왔다. 자선이란 돈이 많고 시간이 넉넉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려움 속에서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것을 나누고 베푸는 데 아낌없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나누는 그들은 이미 장수보다 더 큰 선물인 천국을 마음속에 받았는지도 모른다.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