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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라운드 제로서 911 1주년 추모식

Posted September. 11, 2002 23:23,   

충격의 911테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11일.

미국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불면의 밤을 보내고 이날 아침을 맞이했다. 미 행정부가 1년 동안 정보력과 군사력을 총동원해 필리핀의 정글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의 동북부 토라보라 동굴까지 샅샅이 테러리스트들을 뒤졌지만 아직도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적이 보이지 않는 전쟁. 적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깃발도 휘날리지 않고 군복도 입지 않은 적들을 상대로 전쟁은 갑자기 시작됐고 계속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비상시 워싱턴 외곽의 비밀 벙커에서 가동 중인 그림자 정부를 지휘하기 위해 8일부터 안전가옥으로 대피했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의심과 공포는 뉴욕 시민의 일상이 됐다. 항공기가 낮게 비행하면 항공기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봐야 하고 회사에 우편물이 도착하면 고무장갑부터 낀다.

미국 정부는 10일 국내 테러 대비 경계태세를 코드 오렌지(code orange)로 한 단계 격상하고 워싱턴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코드 오렌지는 5단계의 비상경계태세 중 두 번째 높은 수준으로 고도의 위험이 있을 때 발령된다.

그러나 테러 경계령이 오히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에도 워싱턴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을 찾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대()이라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스페인에 있던 항공모함 나소도 10일 인도양을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후세인 대통령만 사라지면 테러와의 전쟁은 막을 내리는 것인가. 아니라면 언제쯤 이 전쟁은 끝날 것인가. 심리전이다. 불안과 공포는 전쟁에서 적들이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 시민과 미국인들은 이날 테러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을 눈물의 날, 기도의 날, 결의의 날이라고 말했다.



홍권희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