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민련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조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으나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민주당, 충청권에서는 자민련만 시도지사후보를 내 서로 도와주기로 한 것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결국 선거용 정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역주의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지역을 서로 나눠 한 지역을 한 정당이 맡도록 한다는 것은 결코 건전한 발상일 수 없다. 일부 유권자에게는 지지정당의 후보가 없어지는 셈이니 그만큼 민의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도 분열시대의 연속이냐, 통합의 시대로 갈 것이냐며 지역주의의 극복을 강조했다. 과연 이런 식의 공조가 지역주의 극복인지 묻고 싶다. 노 후보가 줄곧 주장해온 정책구도로의 정계개편과도 거리가 있다.
두 당의 선택은 민주당은 수도권, 자민련은 충청권에서 참패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표를 몰아주자는 것인데 아무리 상황이 다급하다고 이미 실패로 판정난 DJP공조 같은 흘러간 필름을 재탕할 수 있는가.
민주당과 자민련은 그동안 수 차례 뭉침과 헤어짐을 거듭했다. 97년 대통령선거때 공조해 DJP공동정권을 창출하더니 2000년 총선때는 헤어졌다. 이후 의원꿔주기까지 해가며 공조를 복원했다가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문제로 다시 갈라섰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공조하기로 했다니 헷갈리기만 한다. 국민의 눈에는 서로가 필요없을 때는 버렸다가 사정이 급해지면 다시 찾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당저당 기웃거리는 인상을 주고 있는 자민련의 정치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당 사이에서 줄타기정치를 하는 듯한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실제로 공조에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칫하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칠 수 있다. 잘못된 정치행태를 심판할 수 있는 주체는 유권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