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살아있었다. 해결사는 역시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 여기에 홍명보(33포항 스틸러스)의 든든한 후방 지원이 있었다.
20일 열린 한국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이 새롭게 보인 이유는 단지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부터 호흡을 맞춰온 대표팀의 두 형님이 모처럼 공수에서 활기를 불어넣어 팬들이 희열을 느낀 듯하다.
핀란드와의 평가전. 올 들어 이전 경기까지 1승2무4패로 부진에 빠져 있던 대표팀의 A매치 전적에 1승을 더해준 결승골은 경기 끝 무렵 황선홍의 발끝에서 나왔다. 황선홍은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포함될 것을 확신하듯 내친 김에 머리로 한 골을 더 넣었다.
황선홍은 경기를 앞두고 후배를 불러모았다. 형님으로 한마디. 이제 이기는 경기를 해보자는 말에 자극 받은 후배 선수들의 뛰는 모습은 이전과는 달랐다.
황선홍은 유난히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대표팀에 뽑혔지만 제대로 뛰지 못했고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독일전에서 골을 터뜨렸으나 16강 진출의 고비였던 볼리비아전에서는 골문을 잇따라 빗나가는 슈팅을 날렸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도 부상으로 원정에 따라가고도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때문에 2002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홍명보는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본선에서 2골을 기록한 월드컵 스타. 그러나 이번 대표팀 선발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체력이 문제로 지적된 데다 부상까지 겹쳐 9개월이나 태극 마크를 반납해야 했던 것. 홍명보의 시대는 갔다라는 악평까지 떠돌았지만 이번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꿋꿋하게 부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핀란드전에서 탁월한 수비 능력과 공수 조율 능력을 선보이며 안티 무리넨 핀란드 감독으로부터 홍명보가 있어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젊은 피가 득세하는 히딩크 사단. 하지만 이들 두 노장은 보란듯이 건재를 과시하며 베스트 11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