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 발언에 반발지난달 31일 러시아 하원의 안드레이 니콜라예프 국방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인 북한 등 3개국은 러시아의 이익에 중요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관점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지 국제사회의 관점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특정국의 지배체제에 근거한 국제 관계에는 희망이 없다며 힘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독주체제를 직접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미-러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왔다.
전략무기 감축협상 이견러시아와 미국은 특히 전략무기 감축을 둘러싸고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공격용 핵탄두 감축 합의를 구속력이 있게 문서화하고 감축할 핵탄두를 완전히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구체적인 감축 내용은 구두로 정해도 충분하며 핵탄두를 해체 후 보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규모 핵탄두를 유지할 여력이 없는 러시아는 전략무기감축에 대해 적극적인 반면 미국은 전력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군축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러시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러시아는 현행 6000기의 탄두를 1500기까지 줄이자며 17002000기 수준을 제시하는 미국에 비해 더 적극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해 이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전략무기감축협상에서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