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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비리 전면 수사하라

Posted January. 08, 20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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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윤태식()씨의 수지 김 살인사건을 은폐한 것은 물론이고 윤씨의 벤처기업인 패스21의 배후를 봐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측이 진승현 게이트나 정현준 게이트에 어떻게 관여한 것인지는 이미 그 윤곽이 잡혀 있는 상태이고 여기에다 윤태식 게이트에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니 도대체 국정원이 무엇을 하는 기관이며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특별검사가 수사중인 이용호 게이트를 제외하면 국정원은 이른바 4대 게이트 중 3대 게이트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외 주요 정보를 수집 작성하고 국가안보와 보안 업무를 기획 조정해야 할 국정원이 그러고 있으니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국가의 안위에 관련된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국정원 측은 문제를 개인 비리 차원으로 격하시키면서 본질을 피해 가려는 분위기다. 이번 윤 게이트의 경우에도 국정원 측은 물의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에 참고자료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정원 측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 이제는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밝혀진 것만 봐도 국정원은 조직의 제2인자라고 할 수 있는 김은성() 전 2차장으로부터 김형윤() 경제단장, 정성홍() 전 경제과장 등 경제라인 전체가 움직였다. 진 게이트의 핵심 로비스트로 의심을 받고 있는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씨나 이번 윤 게이트의 주요 인물로 확인된 김모씨도 모두 국정원 출신이다. 특히 김모씨는 87년 수지 김 살해사건 당시 윤씨를 담당한 실무수사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패스21의 자료도 국정원 경제라인을 통해 보고가 된 것을 보면 국정원이 패스21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는 야당 측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재환씨를 비롯해 게이트와 관련된 몇몇 인사들마저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한 상태다. 검찰의 수사도 국민의 의구심을 별로 풀어 주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더 이상 문제의 본질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미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게이트만 연이어 터지고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명예만 훼손됐다. 차제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국정원이 솔직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로는 국민의 불신과 의혹만 더욱 키울 뿐이다. 국정원은 지금까지의 비리를 전면 수사할 수 있는 방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