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우루과이 해냈다

Posted November. 27, 2001 09:05,   

우루과이 해냈다

월드컵 축구. 320만명은 환호했고 1900만명은 낙담했다.

26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2002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마지막 티켓을 놓고 맞붙은 우루과이와 호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홈어드밴티지를 앞세워 3-0 승리를 거둔 우루과이는 일순간 축제분위기에 휩싸였고, 1차전 1-0승리를 거두고 28년 만의 본선진출을 눈앞에 뒀던 호주는 이번 패배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우루과이는 다리오 실바(1골)와 리카르도 모랄레스(2골)가 맹활약해 호주에 완승을 거두고 본선 32번째 티켓을 획득했다. 우루과이는 1차전 패배를 딛고 득실차에서 앞서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하며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발을 내딛게 됐다. 통산 10번째 본선행.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본선행이 가능했던 우루과이는 1차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결장했던 실바가 전반 14분 알바로 레코바의 코너킥을 선취골로 연결시켜 본선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6만여 홈팬들의 열화 같은 응원을 등에 업은 우루과이는 후반 들어 더욱 호주를 압박했다. 결국 페데리코 마가야네스와 교체 투입된 모랄레스가 후반 25분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넣은 뒤 종료직전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우루과이가 본선진출을 확정하자 센테나리오스타디움을 꽉 채운 팬들은 물론 전 국민 320만명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우루과이 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옷을 입은 축구팬들이 국기를 흔들며 몬테비데오의 거리 곳곳을 누볐다. 또 수많은 사람들로 길이 막혔지만 택시 기사들은 클랙슨을 울리며 축제를 같이했다.

반면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호주는 마크 비두카, 스탠 러자리디스, 해리 키웰을 앞세워 반격을 펼쳤지만 볼은 번번이 골문을 빗나가 94년 아르헨티나, 98년 이란에 플레이오프에서 아깝게 본선행 티켓을 내줬던 악몽을 재연했다.

호주의 탈락소식에 1900만 호주 국민들은 실의에 빠졌다. 호주 현지시간 오전 5시30분에 시작한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 중 일부는 슬픔에 못 이겨 술에 취한 채 출근하기도 했다. 전 호주국가대표 크레이그 포스터는 이것은 치유하지 못할 큰 상처라고 통탄했다. 또 전 국가대표였던 로비 슬래터는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1위를 하고도 다시 남미 5위하고 붙어야하는 예선 시스템에도 잘못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