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면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불안으로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집권 탈레반 정권은 18일 주민들에게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으니 성전(지하드)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정권은 관영 통신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은 이번 테러와 관련이 없으며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려는 구실일 뿐이라며 강대국 미국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탈레반 정권이 결사 항전 의지를 재확인하고 나서자 공격의 표적이 될 도시를 떠나 오지로 피란을 떠나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크게 늘었다. 수도 카불에서는 대다수 주민들이 이미 빠져나갔고 상가는 거의 모두 철시했으며 미처 피란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서 연료와 식료품 가격이 폭등했다고 외신과 파키스탄 신문들이 전했다.
탈레반 당국은 주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카불에서 주요 도시를 잇는 3개 도로를 차단했으나 끊임없는 피란 행렬을 막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사재기 물품들을 찾아내기 위해 민가를 급습하고 상인들에게 영업을 계속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다 14일 출국한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사토시()는 17일탈레반 정권은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에게 도망가지 말라고 호소하면서 총과 로켓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이 미국의 폭격에 대비해 집 마당에 방공호를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방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카불 잔류가 허용됐던 CNN방송의 릭 로버트슨 기자에게도 17일 탈레반 정권으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로버트슨 기자는 카불에서 차로 14시간 거리인 칸다하르로 가 탈레반 당국자들에게 철수명령을 재고해달라고 설득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는 TV방송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CNN방송이 유일하게 현지의 모습을 외부 세계에 전해 왔다. 탈레반 정권은 집권 후 TV방송이 불경한 내용을 전한다며 전면 금지하고 라디오 방송만 허용했다. 현재 카불에는 AFP통신 등이 고용한 현지인 기자만이 남아 간간이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17일 파키스탄에 머물거나 여행하려는 미국인은 안전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판단하라고 경고하는 한편 파키스탄 공관원 가운데 비핵심 인원에 대해서는 철수를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