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당정 쇄신,더 미룰 일 아니다

Posted August. 29, 2001 09:25,   

김대중() 대통령이 드디어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는 등 당정 쇄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모양이다. 굳이 드디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당정 쇄신의 필요성이 길게는 지난해 말 이후, 짧게는 올 봄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항명 이래 계속되어 온 현안이기 때문이다.

김중권() 민주당 대표의 일시 당무 거부는 집권 여당 대표와 동교동계 중심의 청와대 비서진간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해프닝이다. 이번 해프닝의 이면에는 김 대표가 서울 구로을 재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청와대의 특정 인사가 이를 막으려 했다느니, 청와대측이 그동안 김 대표를 끊임없이 흔들어왔다는 등의 집권세력내 파워게임의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 우려하는 것은 파워 게임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국정 전반에 끼칠 해악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정부는 첨예한 사회 갈등을 추스르고 남은 임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한 때에 권력의 두 축이라 할 청와대와 집권당측이 불신하고 반목해서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당과 청와대의 과감한 개편으로 늦어진 국정 쇄신의 일대 계기로 삼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또다시 타이밍을 놓치거나 레임덕을 걱정해 내 사람 위주의 소극적 개편에 머문다면 쇄신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사개편의 시기 및 폭보다 중요한 것은 당에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 이래 집권 여당의 불만은 당이 사실상 청와대에 종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항명도 당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비선라인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실세라던 김 대표조차 당무 거부로 항의한 것은 민주당이 여전히 청와대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입증한 게 아닌가.

자율성 없는 집권 여당이 올바른 정당정치를 주도할 수는 없다.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는 오늘의 정치 현실도 그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정치 개혁은 정당을 바로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 대통령의 당정 개편은 이런 큰 틀의 인식 전환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쇄신 약속을 기다리는 데 이미 지쳤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