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퀄컴사가 이동통신 관련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면서 로열티를 한국의 절반 수준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퀄컴사는 한국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인 기업이다. 관련업계는 퀄컴이 한국과의 로열티 최혜국 대우 협정을 무시한 채 중국기업에 대해 더 낮은 로열티를 받기로 한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중흥통신 등 중국 기업과 기술제공 계약을 하면서 로열티를 한국의 절반 수준인 2.65%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 로열티도 당초 알려진 9%대가 아니라 한국 업체와 동등한 수준인 5.75% 정도로 드러났다.
한국 업체들은 현재 CDMA 로열티로 단말기는 5.25%(수출 5.75%), 시스템 장비는 6.0%(수출 6.5%)를 내고 있다. 무명의 벤처기업이었던 퀄컴사의 로열티 수입은 CDMA기술을 한국이 상용화한 95년 이후 해마다 늘어 총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퀄컴은 공동개발자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줘야 할 로열티 분배금(20%) 중 1억달러를 주지 않다가 국제중재법원의 중재가 나오자 뒤늦게 돌려주기도 했다.
한국기업들은 중국보다 높은 로열티를 부담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 업체의 생각이 달라 혼선이 일고 있다. 대기업들은 퀄컴과의 개별협상을,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정부 차원의 중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 김운섭 상무는 중국과의 계약 내용을 분석해 로열티를 조정하겠다면서 로열티 조정은 퀄컴과 개별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인 세원텔레콤의 김윤곤 실장은 중소기업이 개별협상에 나서면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익을 위해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로열티는 기업간 문제인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기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노희도 정통부 국제협력관은 중국이 한국보다 낮은 로열티를 낸다면 최혜국 대우 약속에 따라 한국 업체들의 로열티를 낮추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낙관했다.
한편 퀄컴 한국지사 김성우 사장은 한국 기업들에 중국과의 로열티 계약내용을 통보하고 있다며 개별협상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