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군 수뇌부가 골프 파문에 휩싸였다. 북한 상선이 우리 영해를 처음 침범한 날(6월 2일)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이 일제히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그것도 영해침범 사실을 보고받은 뒤에도 골프를 계속했다고 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군에서는 군을 흔들려는 의도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군인과 골프의 관계는 민간사회의 잣대로 재서는 안된다고 군은 항변하고 있다는 보도다. 군인이 영내 골프장에 있는 것은 영내 대기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
사실 군인과 골프는 민간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점이 있다. 대단위 부대의 경우 영내에 골프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휘관들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경우 영내 대기 겸 체력단련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비용도 몇천원에서 1만2만원에 불과하다. 민간 사회와 비교하면 사치한 운동은 아닌 게 분명하다.
하지만 비상상황이 발생한 뒤에도 지휘관들이 골프를 계속하는 모습이 하급 장교나 일반 병사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부정적으로 비친다면 군의 생명인 상명하복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군 수뇌부의 이번 골프는 설사 비상상황 대처능력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점에 관해서는 JP의 골프도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다. 김종필()자민련 명예총재는 국민의 정부 탄생을 결정적으로 도운 사람이다. 김대중()대통령이 당초 약속대로 임기 중간에 내각책임제로 가는 길을 추진했더라면 지금은 실권을 가진 총리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것에 비해 현재 역할이 별로 없어 보이는 그로서는 생각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그가 골프장에 자주 나타나는 것은 이해되는 바 없지 않다. 그때마다 언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원로 정치인의 한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제난 가뭄 등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측면에서다.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여전히 예민한 운동이다. 서민층의 정서에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유독 평등의식이 강한 우리 국민에게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게다가 골프하면 부도덕 유착 검은 거래 졸부 사치 등의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도층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운동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서민층에게는 귀족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현충일이니 가뭄이니 비상상황이니 하는 예민한 시점에는 골프를 자제하는 것이 이 나라 공직자들의 바른 처신으로 통한다. 계층간의 인식의 격차를 줄여 나가기 위해 고위 공직자들의 인내와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