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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소비자가 봉인가

Posted June. 20, 20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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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지 한 달도 안 된 차가 안전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니 이럴 수 있습니까.

리콜이 뭔지도 모르지만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를 꿈꾸는 업체 제품이 불량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가 않아요.

최근부터 시판중인 승용차 라비타에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리콜(제작결함 시정)을 실시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신문사에 독자들의 전화가 밀려들었다.

현대차는 이 차량에 엔진의 무게를 지탱하는 부품의 강도가 약해 부서질 수 있다며 생산된 3000여대의 차량을 무상으로 수리해 주기로 했다는 것.

지금은 뜸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급발진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시동을 걸면 운전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차가 앞으로 치달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돼 운전자의 생명까지도 위협받는 등 사회문제까지 됐던 일이 불과 얼마전이다.

리콜 망령은 이뿐만이 아니다.

불과 한달 전엔 모 자동차업체의 승합차 프레지오와 화물차 프론티어의 일부 차량에서도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들 차종의 리콜 이유는 에어컨 조절스위치의 내구성이 약해 5시간 이상 가동하면 스위치의 선이 끊어져 작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얼마 전엔 쏘나타와 크레도스 등 중형승용차가 에어컨 항균필터도 달리지 않은 채 시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리콜현상은 비단 이들 업체만의 고질병은 아니다. 다른 국내자동차 업체들의 리콜 사례도 꼽으라면 얼마든지 꼽을 수 있을 정도의 흔한 일이다.

자동차업체들은 고객이 주인이라는 말을 늘상 강조하지만 제품 선택에서부터 애프터 서비스까지의 주도권을 생산업체들이 쥐고 있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무기력한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1년 전 자신이 산 차가 사자마자 고장이 나서 석 달간 애를 먹었다는 한 소비자는 도대체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생산업체들에 끌려 다녀야 하는 겁니까라고 항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불만에 대해 이번에는 우이독경()으로 듣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김동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