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는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의 파기에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러시아제 무기 구입과 군사원조 제공등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미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미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현재 구입을 검토하고 있는 무기는 S 300 지대공 미사일이며 이 미사일은 러시아와 유럽을 보호하는 방어시스템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러시아와 합동으로 MD 훈련을 실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낙후된 레이더시스템을 교체하기 위한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알려주는 조기경보 정보도 공유할 계획이다.
미국은 폴 월포위츠 부장관이 MD 구축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측에 이 같은 제안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슬로베니아 정상회담 때 이 같은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전에도 러시아에 대해 레이더시스템 교체 자금 지원을 제의하거나 양국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했었다.
양국은 1992년 합동 MD 훈련을 검토한 데 이어 96년 러시아의 모스크바, 98년엔 미국의 콜로라도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합동 MD 훈련을 실시했었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ABM 협정의 개정에 합의할 경우 러시아가 시베리아에 건설중인 대규모 미사일 추적 레이더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자금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 같은 제의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등의 반대에 관계없이 MD 구축을 강행하겠다고 밝혀온 부시 행정부로서는 무기 구입 등을 통해서라도 러시아의 협력을 얻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다 공화당 제임스 제퍼즈 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미 상원의 민주-공화 균형이 깨져 상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우려해 미국의 MD 구축을 저지키로 중국과 약속한 러시아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