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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태 상보

Posted May. 02, 2001 10:54,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의 구속 수감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가 점차 격화됨에 따라 필리핀 정국이 내전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에스트라다 지지 시위대는 1일 새벽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살고 있는 말라카냥궁에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해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그동안 시위대에 자제심을 보이던 정부는 이날 수도 마닐라 일원에 폭동 사태를 선포하고 시위대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에 일부 군 장성과 정치인이 에스트라다 지지 세력과 함께 정권 정복을 꾀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1일 새벽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시내는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화염병과 칼, 사제 총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상점과 차량 등에 불을 지르고 인근 건물의 유리창과 신호등을 부수는 등 거리는 한 때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에스트라다 지지자 2만여명은 이날 새벽 아로요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며 말라카냥궁까지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가 말라카냥궁 부근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대통령을 축출한 제1차 시민혁명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이날 오전 2시경 말라카냥궁에서 10 떨어진 한 가톨릭 성당에서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4시경 말라카냥궁 부근에 도착해 대기중이던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 작전에 들어갔으나 시위대는 트럭 등을 동원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말라카냥궁에서 1 떨어진 경비 초소를 파괴했다.

경찰은 말라카냥궁 앞의 멘디올라 다리를 최종 방어선으로 정하고 경고 사격과 최루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총력 저지에 나서 시위대를 가까스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과 시위대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동안 평화적인 시위는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취해온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유혈충돌이 발생한 이후 마닐라 일원에 폭동 사태를 선포했다. 폭동 사태가 선포되면 경찰이 폭동 진압을 위해 무기를 든 사람을 영장없이 체포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허용된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유혈사태를 정권 전복 기도라고 규정하고 후안 폰체 엔릴 등 상원의원 3명과 레이날도 베로야 전 경찰청장 등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고 체포령을 내렸다. 군 장성 1명은 일부 군 장교를 포섭해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이미 구금됐다.

아로요 대통령은 또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이 건강 진단을 위해 입원한 병원에 대통령직 복귀를 발표하는 선언문 초안을 남겨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