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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방적 회담 연기는 결례다

Posted March. 13, 200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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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화요일 열기로 한 제5차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그것도 개최 당일 아침에 연기 요청을 해 온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회담준비를 다 해 놓은 남측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북측은 회담연기 이유를 여러가지 사정 이라고만 밝혀 그에 대한 의혹만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측은 작년 10월 제2차 남북경협실무접촉을 회담 개최 하루전에 연기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남북한의 합의일정을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이따금 있었다. 우리는 그때마다 북측의 태도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국적 견지에서 그냥 넘어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중요한 회담을 당일 아침에, 별다른 해명도 없이 무조건 연기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결례라고 생각한다. 북측은 사전에 연기 이유를 소상히 밝히고 회담 당사자인 남측의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번에는 북측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북측의 장관급회담 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측 내부의 정책마련을 위한 시간벌기 로 추측하기도 하고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반발, 김대중()대통령의 한미공조 강화 주장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어차피 이번 회담에서 거론될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북측의 입장정리가 덜 됐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쪽에서는 한미정상회담 결과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북측 내부사정에 기인한 것 같다며 전금진()북측단장의 건강악화설,돌연한 북측단장 교체설도 거론된다.

어떻튼 이번 장관급회담의 돌연한 연기로 남북한관계에 어떤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이번 회담에서 다루기로 한 김위원장의 답방문제, 군사적 긴장완화방안, 이산가족과 남북경협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이다. 특히 남북한 당국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에 대한 시각차, 그리고 부시행정부가 대북정책 6대원칙 중 1순위로 내세운 한미일정책 공조와 이에대한 북한측의 대응은 올해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제에 남북한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북-미관계 등 한반도 주변상황을 새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외교적 접점 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