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처구니 없는 논리다.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인 황태연()동국대교수는 어제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국회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 토론회에서 6.25와 87년 대한항공기(KAL)폭파사건에 대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무책임론 을 들고 나왔다. 황교수는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6.25와 KAL폭파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를 두고 6.25는 김위원장이 유아시절 발발했기 때문에 그가 침략범죄 용의자는 아니다 고 말했다. KAL기폭파도 김위원장이 지휘했다는 증거가 없고 조사할 수도 없는 사안이며 그것은 국제사법으로 다룰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그의 학자적 깊이를 의심케 할 뿐 아니라 김위원장의 답방을 앞두고 여권주변에 혹시 황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생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져 갖게 한다. 황교수는 여권의 씽크탱크에서 주요 역할을 해 온 인사이기 때문이다.
우선 김위원장은 6.25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으로 설명한 그의 논리는 어처구니 없는 궤변이다. 독일이나 일본총리는 2차세계대전을 직접 일으킨 전범도 아니고 벌써 세월마져 반세기나 흘렀는데도 왜 여전히 피해국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자인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있는가. 황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일제()침략의 장본인인 히로히토()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현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사과는 물론이고 군대 위안부문제조차 거론할 수없다는 얘기가 된다. 또 KAL기 폭파사건도 김위원장이 직접 지휘했다는 증거가 없고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그같은 만행을 저질렀는가. 이 사건의 전모는 대부분 밝혀진 상태다. 다행이 김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일이 아니며 지시한 사람은 이미 죽었다해도 그 책임은 분명히 북한 정권에 있다. 따라서 구태여 국제법상 핵심논리인 동일성과 계속성의 원칙 을 따지지 않더라도 현재 북한정권을 이끌고 있는 김위원장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사인인 것이다.
본란은 그동안 북한 정권의 전비()에 대해서는 언젠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역사적인 남북한 화해 협력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정면 거론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민감하고 조심스런 주제라해도 잘 잘못이 왜곡되게 해서는 안된다. 여권은 대북()정책에 대한 남남갈등을 줄이고 국민적 동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도 황교수가 주장한 바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