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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충전기판 IRA’…“부품 55% 이상 미국産 써라”

美 ‘전기차 충전기판 IRA’…“부품 55% 이상 미국産 써라”

Posted February. 27, 2023 07:45,   

Updated February. 27, 20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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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뜻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전략이 한국 산업계를 점점 더 강하게 죄어 오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한마디에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배터리 업계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 가이드라인 발표를 한 달 앞두고 ‘충전기판 IRA’까지 등장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이 한국의 주력 성장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를 양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법안 세부규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약 10조 원을 투입해 미 전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 50만 대를 짓기로 한 이 법안은 2021년 통과됐다. 그런데 세부규정에서 충전기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산 철강을 쓰고, 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내년 7월부터는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 사실상 충전기판 IRA인 셈이다.

미국 수출을 겨냥하고 있던 국내 제조업체들은 갑작스럽게 현지 공장 설립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현지 생산을 준비했던 기업들도 미국산 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충전기 업체 A사 관계자는 “미국산 자재가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이제 와서 급하게 공급선을 뚫으려면 현지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 · 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