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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환율 ‘폭탄’ 안고 기준금리 동결한 한은

고물가-고환율 ‘폭탄’ 안고 기준금리 동결한 한은

Posted February. 24, 2023 07:53,   

Updated February. 24, 20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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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 3.5%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5%대 고물가는 여전하지만 눈앞의 현실로 닥친 경기둔화,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조만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한미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더라도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사상 첫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레이스를 멈췄다. 한은은 재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반 동안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번 금리동결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1900조 원의 빚을 진 가계가 이자부담 증가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1000조 원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폐업도 속출한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6%로 낮춘 것도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적 기준금리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변수다. 경기가 둔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소비·고용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물가하락을 막고 있다. 경기호조와 고물가가 평행선을 그리며 계속되는 이른바 ‘노랜딩’ 현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5.0∼5.25%로 0.5%포인트 높일 가능성도 커졌다.

이로 인해 한미 금리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이탈이 빨라지고, ‘킹달러 현상’도 심화해 원-달러 환율은 오르게 된다. 환율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인 에너지 수입비용을 높여 전기·가스요금을 포함한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다. 내수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동결이 돌고 돌아 다시 국내경기에 부담을 주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 목표를 섣불리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오일쇼크가 닥친 1970년대에 미 연준은 경기상황을 의식해 금리 인상과 동결을 반복하다가 물가관리에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한은은 이런 ‘스톱 앤 고(Stop and Go)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국내외 변수에 유연하고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